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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길디자이너 Oct 06. 2021

부린이의 흔한 실수

시행착오는 개나 줘버려

1/ 아, 잘 모르겠고 일단 빨리 월세 받는 삶을 시작하고 싶다 [조급증에서 오는 실수]


아직 빵채라면 빨리 투자를 하고 싶기에 괜찮은 매물을 매수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몇 개월, 몇 년을 기다려 정말 신중히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처음 가본 현장에서 바로 계약금을 넣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많은 현장을 직접 뛰어다녀봤기 때문에 그런 빠른 결정이 가능한 것이긴 하다.


반면 집을 파는 매도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팔고 싶어도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싸게 내놔도 상가나 사무실 매물의 경우 죽어가고 있는 상권이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집을 파는 매도에선 내 물건을 사줄 사람 한 명만 찾으면 된다. 어찌 보면 정말 쉬운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어려운 기술이다.


진정한 수익실현은 월세 받기 시작하는 순간이 아니라 집을 매도하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팔리는 물건을 골라야 하고 세금 전략 또한 중요하다. 


이제 막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신 분이라면 세금까지 얘기하면 머리 아플 것이다. 하지만 공부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월세 받는 삶을 시작했다고 해도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합한 금액이 월세 받는 것보다 많이 냈다면 말짱 도루묵인 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부동산이 아닌 다른 투자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2/ 집을 파는 데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매도의 기술]


방 3개, 화장실 2개인 주거용 오피스텔이었던 내 첫 번째 매도 매물은 매도 의뢰한지 딱 아홉 달 만에 계약금을 받았다. 1월 중순쯤 갔던 매물지 근처 부동산에선 이런 말을 들었다.


'지금 너무 늦게 오신 거 같아요. 손님들이 3월 초 입학 시즌에 맞춰 집을 구하시는데 (집 도보 5분 거리에 초등학교 있음) 지금쯤이면 거의 대부분이 집을 구하신 상태예요. 그리고 같은 건물에 8층 매물을 작년에 매매 거래했는데 매물 내놓으신지 6개월 만에 그나마 남향이라서 겨우 거래가 됐어요. 지금 내놓으시는 매물은 집 앞에 전망은 트여있는 매물인가요?'


얘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부동산 매도에는 이상적인 타이밍이 있다는 걸 말이다.

내 매물은 정상적으로 매도하려면 겨울이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이었음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이다. 


이렇듯 매도에는 팔려는 매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매물을 내놓아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나처럼 팔고 싶어도 열 달 동안 팔지 못할 수도 있다.


중개인분의 얘기에도 여러 가지 힌트가 남겨있다. '시즌', '남향', '전망' 등이 키워드이다.

내가 갖고 있는 매물이 어느 시기에 내놓아야 인기가 가장 많을지, 그 시기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방 보여주는 걸 잘 협조해줄지 등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매물이 나왔어도 공실이 될 때까지 방을 볼 수 없다면 이 또한 리스크가 크다. 매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매도에 있어선 정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3/ 한 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봤다면 실수하지 않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과 남이 살고 싶은 집은 다르다]


남향, 전망 등은 부알못이 들어도 정말 당연한 얘기지만 생각보다 빨리 월세 받는 삶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하신 분들이 많이 간과하고 있었다.


누구나 네 방위 중에 채광이 가장 좋은 남향을 선호한다. 당연한 상식이지만 산이나 강, 하천, 호수, 공원 등의 뷰가 북쪽에 있으면 북향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북쪽은 하루 중 채광이 어느 시간대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동향: 아침에만 해가 들어옴, 남향: 낮에 해가 길게 들어옴, 서향: 늦은 오후 시간대에만 해가 들어옴.


이렇듯 무조건 남향이 좋다고 얘기하기보단 개개인마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호하는 향이 다를 수 있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방향만 다를 경우 남향의 시세가 가장 비싸긴 하다. 자연의 혜택이 아닌 이상 북향을 선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녁에 일하고 낮에 주무시는 분들이라면 북향을 선호하기도 한다. 또는 거실 창문을 열면 옆 건물에 막혀있는데도 어둡다며 좋아하시는 분도 있다. 이런 집들은 그렇게 지내실 분들이 실거주용으로 매수하시면 딱이다.


그런 집들을 싸다는 이유로 쉽게 사면 절대 안 된다. 재테크용으로 매수해서 그런 취향의 세입자를 찾는다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다.


혹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창문을 열고 닫을 일이 별로 없다며 채광과 환기를 신경 안 쓰시는 분들도 있긴 한데 자신이 그런 취향이더라도 재테크용으론 금물이었다.




4/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은 다른 모든 장점을 상쇄시킨다


부끄럽지만 내 첫 번째 매수이자 매도 매물은 딱 이런 조건의 집이었다. 거실 창문으로 본 전망이 막혀있진 않지만 북향이었다. 거실 창문 길 건너편에 건물과 같은 높이에 고층인 10층이었음에도 북향이어서 채광은 항상 아쉬웠다. 빛은 들어오지만 햇빛이 직접 거실 안으로 내리쬐는 채광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집을 매수했던 이유는 나의 첫 번째 투자 매물이었기 때문에 잘 모르고 샀던 것이다.

실투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월세 받는 삶을 시작할 수 있다니 혹했던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북향집은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고층에 전망이 있어도 북향이라는 핸디캡이 다른 두 가지 장점을 잠식해버린다.


이렇듯 단점이 하나 있어도 다른 장점들이 괜찮다며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지만 그 아쉬운 한 가지 단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절대 피해야 했다.


이 집을 살 때 나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투자 동료들과 함께 갔지만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왕초보 부린이들이었다. 우리 일행들을 잡아줄 실제 경험자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혹은 그런 현장을 만나고 왔으면 마음에 들었더라도 바로 계약금을 넣지 말고 잘 아는 멘토 분께 물어보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나의 첫 매수계약에선 이 모든 걸 놓쳤다.




5/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서류에 답이 있다]


완공되기 전 한창 공사 중이라 분양하고 있을 때 그 집을 처음 보러 갔다. 4층을 먼저 봤는데 저층이라 분양가가 낮았다.

신축 분양이라 담보대출이 많이 나오고 세입자의 임차보증금까지 받으면 실투자금이 1원도 안 든다고 했다.


실투자금이 안 드는 매물은 거실 창문 앞이 바로 옆 건물로 막힌 집이다. 북향집처럼 채광이 작은 집이 아니라 옆 건물에 막혀 채광이 아예 없는 집이다. 처음엔 그런 집을 살 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 불과 30분 전에 그런 실투자금이 안 드는 매물들은 전부 거래가 됐다고 했다. 그보다 분양가는 800만 원 더 비싸지만 고층이면서 전망이 트여있는 매물이 있다는 말에 혹했다.


부동산 초보였기에 북향이라는 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전망'과 '고층'이라는 단어에만 혹했던 것이다.

심지어 나중에 준공되고 가보니 그 집은 거실 한 모퉁이 끝 부분이 90도 직각이 아닌 살짝 45도로 비스듬히 꺾인 집이었다.





배신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분양계약서를 쓸 땐 한창 공사 중인 매물이었기에 거기까진 미처 보지 못했다.


이건 오로지 나의 실수이다. 평면도를 요구하거나 실제 방문해서 꼼꼼히 체크해봤어야 했을 부분이다. 

아직 콘크리트 더미이고 창문도 안 붙은 날 것 그대로의 공사현장이었기에 직접 방문했음에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모델하우스는 다른 타입으로 그곳이 네모 반듯했으니 감쪽같이 속았던 것이다.

이런 치명적인 핸디캡이 있음에도 다행히 매도를 했다.


'북향', '거실 모퉁이 45도', 말고도 하나의 핸디캡이 더 있었으니 그건 집 바로 앞에 철길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6/ 부동산은 생물과 같아서 시시때때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집이었다. 부평구 지리적 특성상 인천 내 출퇴근 인구보다는 서울에 직장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그 집에 들어온 신축 첫 세입자도 강남으로 출퇴근하시는 분이었다.


수도권 1호선 전철 방음벽 바로 옆에 있는 집이었다. 철길 옆이었음에도 오히려 철길에서 멀면 전철역에서도 멀어지니 역까지 도보 가능한 거리가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철길 또한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당시 서울 7호선이 부평구청역까지 연장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7호선의 인기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매도할 때 알게 됐는데 요즘엔 부평구 매물들이 1호선 쪽보다는 7호선 쪽이 인기가 더 좋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인즉 7호선은 부평에서 강남까지 이어지는 노선이었기 때문이었다.


1호선은 아무리 급행전철이 있다고 해도 강남으로 가려면 신도림역이나 노량진역에서 한번 환승해야 한다.


급행으로 빨리 가봤자 한번 환승하는 시간 때문에 그냥 처음부터 한 번에 완행으로 가는 7호선과 시간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환승 안 하고 한 번에 가는 7호선이 더 인기가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7/ 먼저 팔리는 집들의 조건


팔리는 집이란 이랬다. 집 자체의 지리적 위치는 물론이고,  내가 실수했던 것과 같은 상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했다. 앞으로 해당 지역에 영향을 끼칠 가까운 미래인 호재까지도 생각해서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를 하기 전엔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 때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내가 몇 년 뒤 이 집을 살 매수자 입장에서 산다고 접근해본다면 답이 나오게 돼있다. 내 집을 사줄 단 한 명만 찾으면 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한 명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 집은 일반 매매로는 팔지 못하고 컨설팅을 끼고 겨우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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