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 더 철두철미하게
두 번째 상가 답사에선 각자의 집 근처 매물은 따로 먼저 답사하고 괜찮은 매물이라면 다시 한번 투자 동료와 같이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 경기 남부 답사에선 그런 매물이 두 군데 있었는데 한 곳은 인천이고 한 곳은 용인이었다.
1. 인천 구도심
등기 상으로는 두 개로 구분된 호실인데 당구장에서 두 개 호실을 하나의 상가로 같이 쓰고 있는 매물이었다.
첫 방문 시 임차인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전보단 분명 매출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경매 낙찰로 소유주가 바뀌어도 영업의지는 계속 있다고 했다.
현 임차인은 현재 1회 유찰된 감정가는 비싸다면서 한 번 더 유찰(감정가에서 2회 유찰)되면 임차인 본인께서 직접 입찰하겠다고까지 얘기했다.
그만큼 관심 물건이긴 했지만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최신식으로 당구장이 최근 하나 더 들어선 점도 꽤나 신경 쓰이는 문제점이긴 했다.
1-1 좌충우돌에서 철두철미로
첫 번째 답사 때만 해도 좌충우돌했던 우리 둘은 세 번째 답사 만에 철두철미해졌다.
더 이상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직접적으로 임차인에게 물어봤다.
'지금 월세 얼마 내고 계시나요?'
대답하기 내키지 않으면 안 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괜히 주눅 들 필요가 없었다.
상가는 정말 시세 파악 하기가 주거용 건물에 비해 너무도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임차인을 만날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아야 했다.
인천 매물은 임대수익이 꽤 좋았다. 답사 당시 1회 유찰된 감정가로 입찰해도 담보대출 90% 시 월세 순수익이 60만 원이나 가능했다. 하지만 임차인 말대로 지금의 감정가는 아무래도 다소 비싼 듯했다.
실제 나중에 낙찰받은 일산 상가 역시 월세 순수익 60만 원으로 세팅했기에 여기도 이 정도 수익률이면 괜찮았다.
당구장으로 같이 터서 쓰고 있는 두 호실 중 한 호실이 공교롭게도 4년 전에 경매로 나왔던지라 덕분에 상가임에도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있었다.
매매가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월순익은 나쁘지 않다. 입찰로 고려해볼 만한 물건을 만나게 된 것이다.
확실히 답사를 한번 더 두 번 와보니 처음엔 못 봤던 걸 많이 보게 됐다.
입찰할 계획이라면 특히 상권분석이 중요한 상가의 경우엔 평일/주말, 낮/밤 등 최소 두 번 이상 가봐야 한다는 걸 배웠다. 첫 답사나 두 번째 답사 때도 못 봤던 부분을 세 번째엔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수원 학원가
경매로 나온 상가 매물 답사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상권 공부에도 관심이 생겼다.
답사 중 점심을 먹으면서도 상권이 보였다. 손님 유입 시간이 다른 업종마다의 특징이었다.
식당 창가에 앉으니 맞은편 상가 1층에 생과일주스 가게와 수제 케이크 가게가 나란히 보였다.
생과일주스 가게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해당 업종 선두 프랜차이즈이다. 당시엔 막 브랜드가 출시된 시점이었는데 정말 선풍적인 유행이었다.
점심시간에 학원가 상권이어서 그런지 밥 먹는 40분 동안 주스 가게에 줄이 끊이지가 않았다.
항상 네 명 이상은 줄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답사 시점이 초겨울이었는데도 말이다.
반면 수제 케이크 가게는 40분 동안 손님이 들어가는 걸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업종 특성상 예약 방문 또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 달랐을 것이다.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직접 마주하니 임대인이 아닌 사장님의 입장에선 상권도 중요하지만 트렌드에 따라 확 돈을 벌고 사업을 접는 것도 괜찮은 방법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수원 생활권에 행정구역상 화성시
경매로 나온 매물은 대형 평수 아파트 단지 입구에 태권도장이었다. 첫 답사 땐 상가 관리사무소에만 못 들렸지 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태권도장에 관장님이 없어 사범과 인터뷰를 했는데 경매가 진행돼도 영업의지는 계속 있고, 임차인 본인이 직접 입찰 들어갈 거라는 내용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간절하다 보니 태권도장에 들어가는 어린이를 잠깐 붙잡아 물어보기도 했다.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지, 타임별 원생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어봤다. 이후 부동산에 들려 임대가도 파악했다.
이후 지역 맘카페에 가서 태권도장의 평판도 찾아보고 태권도장의 평균적인 인테리어 비용도 알아보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투자 동료와 재답사를 갔다.
왕복 2차선에 작은 길 하나를 두고 있는 부동산이었는데도 해당 매물에 대한 정보는 정말 판이했다.
혼자 처음 왔을 땐 해당 건물 1층 부동산에 사람이 없어 길 건너 맞은편 부동산에서 확실한 내용이 아닌 추측성 얘기를 들었다. 투자동료와 재답사 땐 해당 건물 부동산에서 태권도장뿐만 아니라 해당 건물 전체에 대한 상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구분상가로 분양된 프라자 건물이었는데 태권도장처럼 도로변이 아닌 안쪽에 다른 호실들은 몇 군데 공실이 보이긴 했다. 각 호실 임대인들은 공실도 지치지만 공실로 두면 관리비까지 본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니 '손님이 있으면 무조건 붙여주기만 해라, 임대가는 얼마든지 협의해주겠다'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사전조사에서 태권도장의 평판이 워낙에 좋았기에 재계약 가능성은 커보이긴 했다. 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공실이 됐을 경우 리스크가 커 보였다. 같은 건물에 남아있는 다른 공실의 뒷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곳은 입찰을 포기하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 부동산에서 해주는 말을 전적으로 믿기보단 내 정보와 종합해 판단해야 된다는 것과 역시나 최소 두 번 이상은 방문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 철두철미 세 번째 상가 답사 결론
1. 입찰가 1~2억 매물 답사를 가보니 실제 시세는 최초 감정가에 3~4회 유찰돼야 되는 금액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입찰가 2~3억대로 찾아보면 어떨까?
2. 아무리 시세 파악하기 힘든 상가라지만 결국엔 답이 있다. 손품, 발품, 현장에서의 과감한 돌직구가 답이다. 정확한 시세를 모른다면 과감히 포기하자.
3.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알아낼 때까지 입찰 결심을 미루자. 상가는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다.
주택은 임대료를 낮추면 누군가는 들어오겠지만, 상가는 괜찮은 상권이 아니라면 아무리 매력적인 임대료라 하더라도 아무도 안 들어올 것이다.
그 미심쩍은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상가 경매 전문가 분의 특강을 듣고 강연 후 싸인을 하는데 일부러 줄 맨 뒤에 섰다. 입찰을 염두 중인 매물 정보지를 들고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창피한 건 한 순간이었다. 오히려 상대방은 우리의 열정을 더 높게 사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강사분께서 나의 존재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더욱 용기가 났다. 그러고 나니 더욱 낙찰로써 강사님께 성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졌다.
사실 벽이 아니라 문인 것 같다.
막상 두드리면 열리는 건데 막혀있다 생각하니 안 된다고 느끼고 있던 건 아닌지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