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심폐소생술 믹스커피!
믹스커피 너어~~
너의 매력의 끝은 어디니?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는 너와 나!
나만 너에게 집착하는 거겠지...
까끌하게 모서리진 너의 머리를 똑 따서 뜨거운 물에 부으니 세상 달콤한 향이 가득하구나.
너 없었으면 어쩔뻔했니~
넌 내 삶에 심폐소생술.
답답한 가슴에 불어넣어 지는 신선한 숨.
그런 너를 어떻게 모른 척하겠니.
왼쪽팔 팔꿈치 골절로 4주 동안 깁스를 하면서 커피를 끊었다. 아니, 끊었었다. 이렇게 빨리 과거형이 될 줄 몰랐지만 어쨌든 4주 동안 끊었었다. 남편도 나도 워낙 건강하지 못한(?)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하루에 2잔씩 마시는데, 팔이 아픈 동안 입맛도 떨어지고 활동량도 많지 않아서 그랬는지 커피도 달갑지 않았다. 그러데 깁스를 풀자마자 빈속에 커피를 마셨다.
텅텅 비어진 위 속으로 뜨겁게 타고 흘러내리는 믹스커피가 느껴지는데 '바로 이 맛이지!' 싶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어떻게 내가 4주간 이 아이를 홀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유 모를 외면에 4주 동안 섭섭했을 믹스커피의 몸통을 잡고 손가락으로 굴려보니 설탕과 섞여 뒹구는 커피알 소리가 사라락 기분 좋다. 이 정도면 중독을 넘어선 중독인 것 같다. 끊어야지 하면서 끊어내지 못하는 믹스커피... 믹스커피를 사랑하나 보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엄마 몰래 정사각형 멕X웰 믹스커피를 몰래 가지고 들어와 국그릇에 뜨거운 물을 부어 한꺼번에 3 봉지를 털어 넣어 마셨던 커피.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은 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마셔도 그때의 그 맛을 느낄 수 없지만 여전히 커피는 나에게 중요하다.
오늘도 아침 식사 후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억지로 끊을 생각은 없지만 하루 한 잔으로 줄일 생각은 있다.
과감하게 놓지 못하는 나약한 내 모습이 살짝 실망스럽지만 답답한 순간 숨은 쉬어야 하니까 말이다.
70ml 정도의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으로도 위로가 되는 걸 보니 힘든 삶 속에서 위로는 거창한 것으로부터 받는 게 아닌 것 같다.
오늘도 나를 숨 쉬지 못하게 옭아매는 모든 걱정과 불안, 집착, 욕심을 입에 넣고 따뜻한 믹스커피 한 모금으로 녹여 꿀꺽 삼켜본다.
맛이 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