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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수야 Jul 05. 2021

손과 쌍꺼풀

할머니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겠지#14


요즘 할머니는 부쩍 손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티브이를 보다가도 한 번씩,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한 번씩,

두 손을 쫙 펴고는 가만히 당신의 손을 들여다보신다.

어느 날은 그런 할머니를 보고 왜 그렇게 손을 빤히 들여다보는 거냐 묻는 나에게

할머니는 혼잣말을 하듯 물었다.


“언제 내 손이 이렇게 쭈글쭈글 해졌을까.. 검버섯도 가득하고 이제 진짜 할망구 손이네.. 할머니 손 많이 쭈글쭈글하지?”


언뜻 봐도 거칠음이 가득해 보이는 할머니의 손은

내 기억 속 마지막으로 봤던 손보다도 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음에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뭐가 쭈글쭈글해 할머니! 예전이랑 똑같아!”


나의 거짓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두 손을 맞잡고 쓰다듬으며 들여다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할머니 그리고 요즘 피부과 가면 검버섯 없애는 시술 같은 거 잘 만들어져 있어서 그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해줄게!”

“아이고 그럴 돈 있으면 너 쌍꺼풀 수술이나 해라. 할머니가 돈만 있었으면 진작에 너 쌍꺼풀 수술시켜줬다.”


아이고.. 할머니가 더 이상 손을 보며 푸념하지 않는 건 좋지만

푸념의 대상이 갑자기 쌍꺼풀 없는 다소 밋밋한?

내 눈으로 넘어오다니..

평소 같았으면 나름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의 눈에 대한 야박한 이야기에 발끈 했겠지만

오늘만은 그냥 넘어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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