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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수야 Aug 10. 2021

눈썹문신

할머니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겠지#19

반쪽밖에 없는 눈썹이 항상 고민이었던 내가 큰맘 먹고 눈썹문신을 하고 온 날

맨얼굴에도 일자로 쭉 뻗어있는 눈썹이 참 마음에 들어서 거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어.


티브이를 보고 있던 할머니가 거울 속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문득 한마디를 툭 던지더라.


"눈썹 이쁘네! 어디서 했니? 할머니도 하고 싶다!"


"집 근처에서 한 거여서 별로 안 멀어! 할머니도 할래?? 내가 예약 잡아놓을게!!"


내심 놀라면서도 반가운 마음으로 냉큼 예약을 잡겠다고 했지 뭐야.

그것도 그럴게 할머니가 워낙 뭘 먹고 싶다 갖고 싶다 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내가 받았던 곳에 최대한 빨리 잡아달라며 바로 눈썹 문신을 예약을 했어.


그런데 이틀 뒤에 눈썹 문신을 받고 온 할머니가

집에 와서 거울 한번 보지 않길래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고


"할머니 눈썹 마음에 안 들어? 내가 보기에는 잘 됐는데.."


"나이 든 사람은 그냥 자연스럽게 눈썹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돼. 눈썹 해주는 원장이 알아서 잘해줬겠지~"


그냥 그런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마음에 안 들어하지도 않는다는 듯한 할머니의 대답에

내심 툴툴거리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며칠 뒤에 내가 잠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니깐

할머니 친구분이 와계시길래

그렇구나 하고 그냥 인사드리고 방에 들어가려고 했어.

그런데 친구분께서 나를 붙잡고 말씀하시는거야.


"손녀! 할머니 눈썹 해줬다며? 보자마자 딱 티가나서 물어보는데 작은손녀가 해줬다면서 진짜 마음에 들게 됐다며 계속 자랑하더라! 아주 잘해줬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듣는데 뭔가 민망한 마음이 들어서

멋쩍게 웃고는 방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 방문 너머 안방에서는

'할머니 눈썹 문신도 시켜주는 아주 착한 작은손녀'

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리더라. 


"이러니 내가 손녀 하난 잘 뒀지!이렇게 다 늙은 할머니 눈썹문신 시켜주고 너무 고맙더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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