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우리의 집으로 처음 이사하던 날은 비가 왔어.
평소에는 절대 비를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날은 비마저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
“이사하는 날 비 오면 진짜 잘 산다는데, 우리 오래오래 같이 잘 살겠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조잘거리는 나를 보며, 너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안으며 대답했지.
“우리 진짜 행복하게 살자!”
각자의 짐을 우리의 집으로 옮긴 후
산처럼 쌓여 있는 짐들 사이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밥 먹기’였어.
중국집을 시켜 먹으려고 보니 책상도 의자도 아무것도 없더라.
결국 방 안에 있던 캐리어를 책상 삼아 거실 바닥에 앉아 먹었는데, 그때 그 광경이 너무 웃겨서 우리는 가장 먼저 식탁과 의자를 사자고 다짐했지.
저녁을 먹고 한참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너는 한껏 어색한 표정으로 잠깐 사와야 할 게 있다면서 얼버무리며 급하게 나갔어.
그 뒷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수상해서 웃음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어.
지금에서야 이야기하지만 사실 나 알고 있었다?
내가 꽃을 좋아한다고 말한 이후 며칠 동안,
어떤 색의 꽃을 좋아하는지,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는지 몇 번이나 되새기듯 묻던 너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너를 기다리며 ‘어떤 표정을 지으며 놀라야 하나?’,
‘눈치챈 게 티 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너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아! 잔뜩 놀란 표정을 지어야겠다!’ 하고 다짐하며 뒤를 돌았는데,
내 고민이 무색할 만큼 놀라다 못해 눈물이 났어.
너의 상체가 다 가려질 정도로 커다란 보라색 꽃이 가득한 꽃다발을 들고,
어색하게 웃으며 현관에 서 있는 너를 보는데
이런 걸 사본 적도, 줘본 적도 처음이라며 귀까지 빨개져 있던 너의 모습이
사실은 꽃보다 더 감동이었어.
너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는데,
너는 우는 나를 보며 “꽃이 그렇게 눈물 날 정도로 예뻐?” 하고 웃더라.
사실 우리가 그 꽃을 들고 찍은 사진이 없었다면
나는 그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거야.
내가 살면서 받아본 꽃 중 가장 크고 가장 예뻤지만,
그것보다 그때의 너의 표정, 몸짓, 나에게 했던 말들이 더 기억에 남아서
그게 그 어떤 꽃보다 더 예쁘고 소중했어.
고마워.
나에게 오래도록 남을 예쁜 마음을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