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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된 Sep 29. 2020

강원도 여행하는 김에 서핑해보고 싶어

내 삶의 서브프로젝트 첫 번째, 서핑

야, 우리 여행가는 김에 서핑할래? 흔쾌히 좋다고 외쳐주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나는 신중히 서핑 강습을 알아봤다. 여름휴가로 가는 강원도 여행코스를 생각하던 참이었다. 강릉과 속초가 우리의 목적이었고, 근처에 있는 양양이 생각났다. 양양은 서핑이지. 서핑은 여름여행으로 딱이었다. 물놀이도 할 수 있고, 예전부터 도전해보고 싶던 스포츠였다. 혹시 거절당할까봐 은밀한 계획을 세워 친구를 유혹했다.  몇일 동안은 서핑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그런데 막상 강습소에 도착하고 나니 두려움이 종이 젖듯 천천히 스며들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수영도 못하는 내가 바다에 빠져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사로잡혔다. 하지만 어쩌겠어, 벌써 돈은 냈고, 난 여기 있고 해보는거지.

 

햇빛이 강한 여름, 직원분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 서핑 기본지식과 안전교육이 있어 야외 자리에 햇빛을 피해 앉으라고 했다. 이미 좋은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선점한 뒤였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나무 밑 그늘에 의지하며 교육을 들었다. 그늘이 뒤로 넘어가며 해가 허벅지로 올라와 타 들어가는 뜨거움을 느끼며 자리를 옮기고, 또 10분이 지나면 자리를 옮기기를 반복했다. 뜨거운 햇빛과 강사님 얼굴에서 떨어지는 땀이 안쓰러워질쯤 교육은 끝났다.  

 

수트를 입고 실전에 들어간다. 10킬로그램의 무거운 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바다로 향했다. 해수욕장 모래 위에서 간단히 연습을 마치고, 다른팀보다 서핑하기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빠르게 바다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이렇게 연습을 안하고 들어가도 가능할까?라는 의문이었다. 처음 해보는 서핑에 설렘을 가지고 보드 위로 올랐다. 입술을 꽉 다물고 꼭 일어나라라는 다짐과 함께 출발했다. 적당한 파도에 강사님이 힘껏 밀어주는 동력을 얻으며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푸쉬라는 신호에 맞춰 보드 위에 앉으려고 애를 썻다. 일어날 수 있지라는 근자감은 바로 무너졌다.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빠졌다.

 

다른 강습소들도 함께 쓰는 바다이니, 안전을 위해 앞 뒤로 “얼른 빠져나오세요”라고 소리치는데, 바닥에 깔려있는 자갈과 코로 들어온 짠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파도에 밀린 나는 빠르게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과 달리 물의 저항으로 느릿한 걸음 덕분에 혼나며 다시 준비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강사님은 본인이 있을 때 더 많이 타봐야 한다고 했고 수강생들의 서핑에 진심이었다. 이런 과정을 3-4번 겪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힘은 빠질대로 빠졌고 오기는 오기대로 생겼다. 반드시 이번에 일어서고 가겠어 속으로 다짐을 했다. 결국 체력은 바닥을 찍고 더 이상은 일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수업은 끝이 났다.


 자유 서핑 시간이 있어 친구와 함께 딱 한번만 일어나서 보드를 타고 모래사장 밖으로 나가보자는 다짐을 하며 다시 파도를 기다렸다. 서핑에서 첫단계 파도 타이밍에 맞춰 나아가는 패들링조차 혼자 힘으로 쉽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체력의 한계로 바닷물의 시원함만 즐기고 서핑을 끝냈다. 다시 보드를 들고 돌아오는 길은 보드의 무게가 2배로 느껴졌지만, 파도 위를 미끄러지는 상쾌함과 여름 바다의 시원함, 보드 위에 올랐던 햇빛의 따듯함이 실패를 했어도 다시 하고 싶게 했다. 서핑의 매력에  끌렸다. 다녀와서 거울을 보니 탄 피부와 더 진해진 주근깨에 당황했지만 그것 또한 서핑을 즐긴 결과다.  오랫동안 즐겨볼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았다. 이번 기회로 서핑을 배웠으니 더 많은 취미 선택지를 늘렸다는 생각에 이 글을 작성해본다. 첫 느낌을 잊지 않고, 그 당시의 나를 기억하며 또 즐기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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