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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된 Oct 04. 2020

5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 나의 간격

내 직업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까?

초등학교 친구들을 5년 만에 만났다. 5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달라져 있기도 했고, 예전과 똑같기도 했다. 달라져 있던 점은 제일 처음 보이는 외모이다. 20대 초반에 본 친구들이 20대 후반에 다시 보니, 변해있는 외모에 나이를 먹었다는 체감이 났다. 초등학교 꼬꼬마 시절에 본 친구들이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거나 취업준비생들이었으니까.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공기업을 다니는 친구가 있냐 하면 소방관으로 활약을 하는 친구도 있다. 5년 전에 들은 소식과 비슷했다. 다만 연차가 쌓이면서 연봉도 꽤나 많이 받는 소식이 나를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


친구들을 만나기 전날 밤, 동네 여행 잡지 만들기와 관련된 회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잘하는 분들 가운데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그 사이에 어색하게 행동하는 나를 발견했다. 열정과 모자란 내 능력치 가운데서의 줄다리기와 가을의 쌀쌀해진 공기가 공허한 마음에 구멍을 뚫었다. 바다를 보고 싶다고 며칠째 노래를 부르던 친구에게 슬쩍 던져봤다. “야, 마음이 헛헛해서 바다 보고 싶어, 옷 입어 바다 보러 가자” 쓸쓸한 마음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마침 친구도 본인이 잘하지 못했던 일에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바닷소리가 듣고 싶어 저녁 10시 30분에 출발하여 11시 30분에 광안리에 도착했다. 출발할 때부터 기분이 갑자기 상기됐다. 분명 회의를 다녀와 몸은 피곤하고 하품은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정신을 또렷하다. 그렇게 갑자기 방문한 광안리는 밝았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 맞나?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가던 어두운 길과 대비되는 광안리의 빛은 대낮과 같아 더 들떴다. 어두웠던 내 기분은 바닷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 바닷소리, 그리고 광안대교의 불빛에서 이유를 찾았다. 잘하고 싶고, 욕심이 나는 일을 하고 있구나. 지금 내가 꿈꾸는 일을 하고 있어 즐겁지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구나. 한 시간 동안 바닷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결심을 맺게 했다. ‘그래, 돈이 안돼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분명,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재밌는 일, 즐길 수 있는 일, 과정이 힘들어도 결과를 보면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드는 일을 하자. 하지만 같은 나이에 친구들의 ‘스펙’이라 불리는 능력들과 미래의 꿈에 대한 고민을 들으니 또 생각이 변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저 친구들은 창창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있나라는 생각에 집에 돌아온 새벽에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을 켰다. 공채가 뭐가 떴는지, 돈 많이 주는 직장이 어딨는지 확인했다. 내가 생각했던 길을 틀어야 하는 의심이 들었다. 미래에 내가 잘 사는 기준은 결국 ‘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싹텄다. 27살 나이에 내년이면 28살이고, 일이 잘못되면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이 상태로 추석이어서 할머니 집에 왔다. 할머니 집이 시골이라 와이파이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읽어야 할 책을 챙겨 왔다. 저녁을 먹고 책을 폈다. 이번에 작가님과 북콘서트를 할 <손민지-러닝 일지>이다. 러닝을 하면서 변화된 생각을 작성한 에세이다. 짤막한 분량의 책이고, 할 일 없던 나는 1~2시간 내로 책을 다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그래도 하고 싶은걸 꾸준히 해보자’이다. 러닝을 하면서 작가님의 자존감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한 방법으로 치유받는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고민에 확신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의 변화된 모습은 큰 용기가 된다. 다른 사람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보면 나는 큰 에너지를 얻는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용기.


언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는가. 내가 생각했던 친구들의 인생과 내 인생의 비교에서 시작된 고민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정답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나를 응원한다. 내가 나를 응원해야지. 친구들도 친구들의 고민이 있을 테고, 각자의 길이 있다. 어떤 일이든지 정답은 없다. 꾸준히 내가 재밌는 일을 해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능력치가 오를 테고, 뭐든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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