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방황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된 Oct 21. 2020

스며들지 못하는 삶에 대해 인정하기로 했다_2편

인간관계의 속도와 욕심 그리고 순응

고등학교는 달라질  알았다. 새로운 곳이었으니까, 새로운 시작으로 친구들을 잘 사귀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학교보다 더 고생했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겨도 가고 싶지 않을 만큼 암흑기니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정도다. 고등학생 때의 추억은 좋았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6개월은 혼자 지냈던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기만 했던 친하지 않은 친구를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의지를 했지만, 성향에 안 맞았다, 그렇게 1~2달 정도 붙어다니다 그 아이는 나를 떠나고 다른 친구들을 찾았다. 차라리 너랑 안 맞으니까 다른 친구를 사귀어봐라 같은 말이라도 해주지. 은근히 밀쳐내는 친구를 붙잡고 의지하는 내가 비참했다.


3개월 정도 이동수업도 혼자 다니고, 밥도 다른  친구들과 같이 먹었다. 사실 이때 친구들이 전부 나를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달려다가 다른 친구들 사귀면 놓아주었다. 이런 식으로 3년을 버텼다. 남들은 고등학교 친구가 인생친구다. 제일 재밌는 시기였다라고 하지만, 나는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다. 항상 창밖을 바라보며 " 가고 싶다" 생각뿐이었다.


대학교도 비슷했다. 대학교의 로망은 무슨, 학교-집의 반복된 일상이었다. 동기들과는 기름과 물처럼 둥둥 떠다녔다. 이런 성격 탓에 새로운 활동을 해보기에도 망설임이 많았다. 친구가 한다고 하면 나도 따라서 하고, 하고 싶은 활동도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에 대한 겁이 많은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볼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게 된다 해도 그럴 것 같지만. 취업을 위한 활동들은 전부 새로운 사람, 환경을 접하고 적응해야 하는 프로그램들이었으니까. 그 걱정 때문에 동아리 하나도 쉽게 들지 못했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 동아리를 해보지 않았다는 거. 이렇게 또다시 졸업을 했다. 그렇게 나는 사회에 떨어졌다. 그저 보통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적당히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적당히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존재이고 싶었다. 인간 관계의 겁때문에 나는 무의욕적인 사람이 됐다.


대학교 조교로 3년의 계약기간에는 통합사무실에 8명 정도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는 무리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만나는 사람만 만나다 보니,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생각이 좁아지는 게 느껴졌다.  다른 모임을 나가 보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운 타인과의 교류가 얼마나 나에게 에너지가 낭비되는지 알기에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우연히 독서모임을 참가하게 되었다. 정말 우연히. 친구와 같이 독서모임을 가면서 더 뚜렷하게 이런 성향이 나타났다. 친해지고 싶지만 나의 낯선 경계의 칼날을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태도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진작에 친해진 것 같았다. 혼자서의 초조함이 급증하면서 모임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도망치기 싫었다. 이 단점을 극복해야 내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  도망치면 극복할 기회가 흔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재미없으면 나가지 않는 습관이 인간관계를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다가, 독서모임의 계기로 아주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초반에는 기가 빨려가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괜찮을까를 수십  생각하면서도 1년만 버텨보자.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시간, 매력을 찾고 마음을 주는 기간이 1년이 걸리는 걸 이때는 알았기 때문에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노력했다. 사람을 사귀는 과정에서도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의 기분을 알아채고, 싫어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을 알아채고, 좋아하는 음식 취향을 파악하는 일들을 신경 쓴다. 오랫동안  모임과 나는 어울리는지 생각한다. 나를 들어내도 좋을지 판단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훨씬 편해졌다. 근래에 든 생각이 내가 스며들기 위해 일생을 부단히 노력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내가 재미만을 위해 만나는 가벼운 관계들을 왜 어려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그 사람들과 동화되려는 욕심이 강했다. 그 속에 끼고 싶은 내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보다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내가 스며들지 못하는 삶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다른  아니라 느린 거였다. 아는 것만으로도 고칠 수 있다. 나는 내가 스며들지 못하는 삶이 불만이 있었고, 과몰입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제는 인정하고 순응하며 천천히 지켜볼 차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며들지 못하는 삶에 대해 인정하기로 했다_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