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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된 Dec 06. 2020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나였구나.

내가 나를 좀 더 아끼기


친구가 하는 장난에 "나는 이런 장난이 오글거려서 힘들어"라고 이야기를 하고 나니, 혹시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내 마음이 아팠다.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말이겠지만 혹시나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고 다음부터는 조심할 거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온 감정을 덮친다. 나를 만나면 이것저것 신경 쓰여서 결과적으로는 나를 만나는 게 불편해질까 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맞췄다. 내 주위에 있은 사람들이 소중해서 나한테 불편함을 느끼고 멀어지는 게 싫어 내 취향을 꾹 참았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댓글이 내 마음에 박혔다.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고 연인과 친구들의 사랑이 제 아무리 깊고 넓다 하더라도 올바른 내 마음이 내게 주는 사랑은 이 보다 더 깊고 큰 것은 없나니>

이 글을 보자마자 나는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도, 나를 잘 돌본 행동이라고. 잘했다고. 나는 생각보다 나를 아끼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나를 제일 먼저 혼낸다. 내가 좀 더 양보했더라면,  조금 더 감정을 숨겼더라면, 그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줄걸 그랬나라는 삐뚤어진 반성까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상처 주는 말을 하면 내가 우울해지는 불편한 성격 탓에 이런 경험들이 모여, 나는 꾹 ‘참는 사람’이 됐다.


내가 조금 불편한 게 낫지라는 생각이 강했고, 나를 드러내는 행동에 항상 조심스러웠다. 나를 다 드러내면 옆에 사람들이 떠나갈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내 취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혹시 내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실례가 될까 봐, 상처를 입힐까 두려웠다. 근데 저 위의 댓글을 읽자마자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나였구나’ 크게 체감됐다. 내 기분보다 다른 사람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나 보다. 옆에 있는 친구들도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나를 돌보지 않은 채, 그들의 기분을 헤아렸구나.

문제를 알면 답이 보인다. 이제부터 쉽진 않겠지만 나는 내 기분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볼 것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본인 기분에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내 기분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어리는 게 건강한 감정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 기분이 나쁘면 나쁜 거고, 좋으면 좋은 거라 생각하겠다.  그렇다고 내 기분과 입장만을 헤아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 내 기분을 적당한 융합하는게 중요하다. 내가 소중한만큼 타인도 소중하니까. 내 기분도, 다른 사람의 기분도 상하지 않도록 적절한 배려를 할 수 있게 나를 가꿔보기로 한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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