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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l 12. 2022

여름에도 성할 날이 없는 가지 많은 나무.

아이를 키우는 것인가, 내가 키워지는 것인가


1. 여름에도 성할 날이 없는 가지 많은 나무.

6월달부터 감기약을 먹으며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고 약봉투는 쌓여가고 있는데, 깨끗이 낫지를 않는다.

아이를 재우고 나왔지만 방 안에서 기침소리가 들려올 때면 심장이 내려앉곤 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라 한 명이 걸리면 늘 연달아 감기에 걸리는 것, 그게 다둥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어려운 점일 것이다.


2. 어려운 아이

오늘 지안이 맨살 엉덩이를 찰싹 손바닥으로 때렸다. 이미 징징대느라 눈물 콧물이 범벅인데, 목욕하러 가자고 하니 안 하겠다고 그저 떼를 부려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다. 화가 나서 찰싹 세게 엉덩이를 때리고 욕실로 들여보냈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 지호를 키울 때도 힘든 순간이 참 많았고 물론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그 화를 전가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지안이는 어렵다. 어제 목장에서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할 떄도 홀로 자리를 이탈하여 부모 손을 뿌리치는 아이의 모습에 난 당황스러웠다. 이미 명확한 발음으로 의사를 표현한지 꽤 되었고 노래도 수십가지를 줄줄 외워 부르는 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어린이집 선생님도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둘째셋째라고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이 어려운 공주님이 내가 또 오만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이는 다 다르다는 것을, 매 순간순간이 새롭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하루하루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로 인해 거칠고 뾰족했던 내가 다듬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거칠고 뾰족한 나의 마음이 둥글고 부드러운 조약돌이 되기까지 갈 길이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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