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내'가 찾는다.
결국은 스스로 고를 수 있어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책을 읽고는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마찬가지의 고민을 하고 있다면 다음의 방법을 소개해 본다.
첫째, 인류의 문화적 유산, 고전을 선택하면 후회가 거의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가벼운 에세이도 때로는 충분히 좋은 책이 될 수 있지만, 이왕 책을 읽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면 고전을 정복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세계문학선집 중 관심이 가는 내용을 다룬 작품을 읽어도 좋고, 한국 문학 작품들 중 시간이 지나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을 골라도 좋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을 최인훈의 <광장>의 경우, 수업 시간에 전문을 다루었을 리가 만무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사적 의의가 있고 소설의 내용 또한 훌륭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박경리의 <토지> 같은 작품은 꼭 읽어보면 좋겠지만, 일 분 일 초를 아껴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에 과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은 또한 소장가치가 있어,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이 변한 후 다시 읽어도 충분히 새롭게 읽힌다. 나는 고전을 소장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나 또한 부모님의 서재에서 에밀졸라의 ‘목로주점’ 같은 작품들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읽었던 경험이 있고, 내게든 혹은 누구에게든 두고두고 읽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책 속에서 책을 찾아 본다. 한 권의 책은 다른 수십 권의 책에 빚을 지고 있다. 온전히 독자적인 책은 없으며, 수많은 책들은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원 재학 시절 수업을 수강하고 논문 주제를 정해 자신이 추진해 나가는 공부 시스템에 적응해 나가던 즈음 선배들의 연구실에 쌓여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며, 읽을 책을 어떻게 선정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한 선배가 이렇게 답했다. 책 속에서 답이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책이 나오니 찾아보게 되고, 다른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책이 나와서 독서 세계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읽어 온 수많은 책들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책 속에서 직접 언급하는 책들도 있고, 특정 구절만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책 하단의 각주나 책 뒷 부분의 <참고문헌>을 보면 인용된 책들이 나와 있다. 내 삶과 연관이 있거나 관심이 가는 책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찾아서 읽는 방법도 거의 실패가 없었다. 독서를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추천하는 방법이다.
셋째,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 방법이 있다. 사서교사나 북큐레이터에게 추천을 받는다. 늘 같은 분야의 책만 읽는다면, 고전은 너무 어렵고 책에서 언급되는 책들 중에서 도통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다. 독서 교육의 전문가인 사서 교사나 국어 교사, 혹은 북 큐레이터가 독서자의 취향, 수준 등을 고려해 적절한 책을 추천해 준다. 나 또한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복직해서는 학교 도서관에 수시로 드나들며 새로 들어온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책이 읽을 만한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추천을 받기도 했다.가끔은 읽은 책에 대해 서로 감상을 나누기도 하며 말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문 상담가에게 상담을 하듯, 독서의 시작이 어려울 때 독서 교육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면 경제, 재테크면 재테크, 육아면 육아 한 분야의 책만 집중적으로 읽고는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육아서에 저절로 손이 가듯, 내가 목마른 분야의 책에 손을 내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독서의 폭을 넓힌다면 내가 만날 수 있는 세상의 범위는 무궁무진하게 넓어진다. 때로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보고, 평소에는 접하지 않은 책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를 바란다. 나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문학 편식이 심한 편이고, 의식적으로 심리, 사회, 과학, 역사, 경제 등 다른 분야의 책들도 고려하여 선택한다. 책은 내가 세상을 보는 틀인데, 한 분야에 치중하다 보면 생각 또한 치우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오늘 당장 도서관 사서교사나 북큐레이터 등 전문가와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넷째, 직접 좋은 책을 찾아 나서는 방법이 있다. 옷을 고르듯 가벼운 마음으로 서점에 갔을 때 막상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읽을 만한 책이 무엇인지 몰라 쭈욱 훑어보고 나온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서점 매대에 아름다운 삽화와 이목을 끄는 일러스트만을 보고 책을 골랐다가 내 취향과 맞지 않아 책꽂이 한 구석에 그대로 꽂아놓은 경험도 물론이다. 이는 직접 독자가 좋은 책을 찾아 나섰지만 실패한 경우인데, 이는 책을 고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매대에 진열된 책들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책을 내 스스로 고르기 위해서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좋다. 나만의 책 평가표를 만드는 것인데, 읽고 싶은 주제를 읽단 떠올리고 ‘내 수준에 맞는지’, ‘분량은 적절한지’, ‘내용은 내가 읽고 싶은 내용에 부합한지’,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는지’ 등의 기준을 세워 책을 평가한 후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나는 지난 학기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학생의 진로와 연계하여 진행했었는데, 책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책 평가표’를 만들고 셀프 체크하는 방식을 권하였더니 호응이 좋았다. 학생들을 데리고 서점에 직접 갈 수는 없으니 학교 도서관에서 실물책을 보도록 하고, 그럴 수 없는 책 같은 경우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검색해서 목차와 미리보기 기능을 활용하여 책을 평가하도록 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상평도 한두개 읽어볼 것을 권했다. 학생들이 책을 고른 후 책 평가표를 만들고, 교사인 나와 상담을 통해 읽을 책을 정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 읽는 독자가 되는 것으로 목표로 하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