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다면, 오늘 바로 기록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독서 결과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뭣모르고 누구나 한번쯤 만들어놓는 블로그를 하나 가지고 있었고, 싸이월드가 쇠락해가는 것을 보고난 후 보다 안정적으로 독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 블로그에 하나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주 가끔 기록을 올리던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서평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생에서 가장 시간이 없었던 시기, 바로 아이를 키울 때였다. 내가 어렵사리 마련한 시간, 함께 한 책들의 기억을 남겨두고 싶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일 이외에도 이렇게 읽고 쓰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단순히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결과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블로그에 서평을 올렸지만 내가 한 달에 어느 정도 책을 읽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어플을 이용해보기도 했다. ‘책꽂이’라는 어플은 유료로 구입했는데 읽은 책 정보를 간단히 입력하면 달(월)별로 책 표지가 정리되어보여 시각적으로 좋았다. 다음으로 이용한 어플은 ‘북적북적’인데, 책을 읽을수록 책이 쌓이고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하면 캐릭터가 바뀌어서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 목록을 정리하는 데에도 꽤 유용했다. 이것들 이외에도 많은 어플들이 있고 어플들의 특성과 본인의 성향을 파악해서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노션’에 독서 기록을 하고 있다. ‘노션’은 동료 선생님의 추천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학교에서 교무수첩을 완벽하게 대체할 만큼 매우 유용하다. 노션을 독서기록에 사용하는 방법은 예상외로 간단한데 책 정보를 표에 입력하고 ‘갤러리뷰’로 보기 방식을 선택하면 책 표지별로 목록을 볼 수 있다. 분야별, 평점별, 읽을 날짜별 등 자신이 지정한 속성에 따라 다양한 보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노션은 PC와 스마트폰의 호환이 잘 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노션은 처음 사용하는 경우 진입장벽이 조금 높은 편인데, 도움이 될 만한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정보 등을 활용하면 쉽게 익힐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어렵다면 템플릿을 무료로 공유하는 분들도 많으니 템플릿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책을 많이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독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을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그 책을 충분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 더 좋은 독서다. 단순히 가벼운 책들을 많이 읽는 것에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조금 노력과 시간이 들더라도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책들을 만나는 것에 열정을 쏟기를 바란다. 그 책에 대한 기록들이 쌓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런 독서를 하고 난 후 내가 벌이는 작은 축제는 ‘올해도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스스로에 대한 셀프 칭찬이자 하나의 의식이 된다. 어제의 나에 비해 조금 더 성장한 나에게 하는 응원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엄청난 깨달음을 얻어도 그 기억은 언제나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 놀랍게도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책을 읽는 시간만큼 나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이 있을까? 고요하게 집중했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놓는다면, 사라진 기억들로 인해 아쉬워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기록이 쌓이고 쌓여 의미 있는 것들이 마음 속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었다면, 오늘 바로 기록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