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기쁨 한번 맛보실래요.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사를 공부할 때 나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사람들은 함께 스터디를 했던 팀원들이었다. 사범대가 아닌 대학교에서 교직이수를 했기에 주변에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하루빨리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팀원을 모집했다. 임용고사는 대학 4년을 졸업한 후에야 응시할 자격이 생겼고, 스터디가 꾸려진 당시 나는 학부 3학년이었다. 시험을 보려면 일 년이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팀원들은 이때야말로 여러 문학 작품들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고,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문학작품을 함께 분석하고, 감상하며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쫓기듯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작품들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다. 시 한 편 놓고 서로 분석도 해보고 서로 느낀 점도 말해 보고. 그러다 마음 속 깊은 이야기, 친구 이야기, 가족 이야기까지 물 흐르듯 흘러가 눈물 콧물을 있는 대로 흘리기도 했다. 그때 팀원들과 함께 계획을 짜고 서로 도움을 주며 많은 시와 소설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 경험 덕분에 참고서에 있는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은 내가 훗날 임용에 합격하고, 지금 문학을 가르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혼자였으면 그 많은 문학 작품들을 다 훑어볼 수 있었을지, 다른 사람들과 문학 작품을 앞에 두고 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을지. ‘함께’의 힘은 참 크기도 컸다.
교사가 되고 틈틈이 책을 읽었지만 독서가 ‘목말랐던’ 시기는 육아를 하면서 ‘나’를 위한 시간이 바람빠진 풍선마냥 쪼그라들던 때였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을 때는 오히려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그 경험의 소중함을 미처 몰랐다. 하지만 날것으로 가득한 육아의 세계에서 독서는 사치였다. ‘우아한 나’는 내려놓아야만 했다. 이 세계에서 아이만 바라보며 지내다보니 이렇게 아이만 돌보다가는 결국 머리가 리셋될 것만 같은 두려움, 글을 읽는 것이 직업인 내가 직장에 돌아갔을 때 텍스트들에 오히려 압도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틈틈이 책을 읽었고, 흔들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많은 것을 하지는 못했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 카페에 서평을 올리고 두 달에 한 번 모임에서 정한 책을 읽는 것을 최소한의 규칙으로 정해서 운영을 했다. 몇 번 되지는 않지만, 줌(zoom)으로 만나 공통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함께 많은 것을 하지는 못해도 누군가와 함께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고, 책을 읽고 서로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고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육아는 어른과의 대화가 고픈, 지극히 외로운 일이니까. 최소한의 규칙으로 이어진 이 모임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로 돌아가면서 공통책을 추천하고 투표해서 책을 정하는데, 이 덕분에 나의 관심사와 전혀 다른 책을 읽기도 하고 몰랐던 책들을 알게 되는 귀중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나 스스로에 매몰되어 있는 것보다는 다른 누구가와 함께 했을 때 나의 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풍성해진다.
요즘은 마음만 먹는다면 독서모임에 가입하는 것도,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도 참 쉽다. 오픈 채팅, 네이버 카페, 밴드, 지역 카페, 블로그 이웃 등 손을 내밀 수 있는 통로는 참 많다. 어려울 것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독서모임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 가장 어렵다. 오늘 당장 함께할 누군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줄 소중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창한 것을 하지 않고 단순히 오늘 읽은 페이지를 시간 기록 어플로 인증해도 좋고, 좋은 구절을 기록해서 인증하는 모임도 좋다. 시간이 된다면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찐’ 독서모임을 하면 더더욱 좋고 말이다. 어떠한 방식이든,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