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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Tube Jan 28. 2021

제12편 '세난' / 제15편 '망징'

제12편 '세난'

설득의 어려움

무릇 설득의 어려움이란 설득하려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 내가 설득하려는 것을 그에게 맞출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다.
설득할 때 힘써야 할 점은 상대방이 자랑스러워하는 점은 칭찬해주고 부끄러워하는 부분은 감싸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의 대략적인 의미는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말투도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자신의 지혜와 말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군주가 친근하게 여기고 의심하지 않아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다 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항상 군주의 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한비자에 신하의 입장에서 들을 만한 말이 나옵니다. 이전에 이윤의 고사를 통해 말했던 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여기서는 설득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나와 이익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용의 적절 여부보다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야 말이 온전히 상대에게 들어가고, 그중에 일정 부분이라도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보통은 간과되는 부분인데요. 내 말이 맞냐 네 말이 맞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일단 서로 공감하고 들을 준비가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형식상의 설득이 아닌 진짜 설득을 하고 싶다면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 결국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사람끼리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내 말이 맞는데 왜 다들 내 말을 듣지 않지 라는 생각이 들 때면 과연 내 말을 듣는 사람들과 나와의 기본적인 유대감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비자에서 말하는 것들은 굉장히 전략적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본인과 친밀감도 없는 사람의 말을 함부로 듣지 말라고 군주에게 이야기하는 듯도 합니다. 친밀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과 말을 많이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이 공을 세워야 하겠죠. 공도 없는 사람을 우대해주지 말라는 한비자의 법술과 통하는 말입니다.




제15편 '망징'

멸망하는 징조

나라 안의 인재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사람을 구하며 공적에 따라 임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판에 근거해서 뽑고, 나라 밖의 국적을 가진 인재가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서 오래도록 아래의 벼슬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보다 높게 승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군주가 대범하나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한데도 자신의 재능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의 상황에는 어두우면서 이웃의 적국을 얕잡아보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나라의 창고는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창고는 가득 차 있고, 나라 안의 백성들은 가난한데 나라 밖에서 들어온 이주자들은 부유하며, 농민과 병사들은 곤궁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득을 얻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군주가 말재주는 뛰어나지만 법에 맞지 않고, 사고는 영민하지만 법술이 없으며, 재능은 많지만 법도로써 나랏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새로 등용된 신하는 진급시키고 오래도록 일한 신하는 쫓아낸다거나, 어리석은 자들이 정치를 하고 우수한 자는 물러나며, 공적도 없는 사람이 존귀해지고 나라를 위해 애쓰고 수고하던 사람이 천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아래 신하들이 원망을 품을 것이며, 아래 신하들이 원망을 품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망할 국가에 대한 징조들을 여러 가지 써놓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였습니다. 명확한 서술이라 따로 덧붙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네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한 행태들이라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어쩜 사람 사는 곳은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나 똑같을까요. 15편 마무리에 한비자가 적어놓은 이 말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여기서 나라가 망할 징조가 있다는 것은 반드시 망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무릇 요임금 같은 성인이 두 명이나 있다고 둘 다 왕이 될 수 없으며, 걸과 같은 폭군이 두 명 있다고 둘 다 망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가 흥할 것인가 망할 것인가 하는 관건은 반드시 그 나라가 잘 다스리는 것과 혼란스러운 것, 부강함과 쇠약함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는가에 달려 있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좀벌레를 통해서이며, 담장이 무너지는 것도 반드시 틈을 통해서이다. 담장이나 나무에 벌레가 먹었다 하더라도 강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을 것이고, 벽에 틈이 생겼다 하더라도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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