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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Tube Jan 29. 2021

제18편 '남면' / 제21편 '유로'

제18편 '남면'

군주 (군주가 정사를 행할 때 흔히 남쪽, 즉 신하가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기 때문)

군주는 신하들이 앞서 한 말이 뒤에 이룬 행적과 다르다거나 나중에 한 말이 앞에 한 행동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비록 일에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한다. 이것을 가리켜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한다.


군주는 상과 벌을 시행해야 하고, 그 기준은 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성과를 기준으로 상과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말과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상과 벌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얼핏 보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사람마다 역량은 다 다른데 모두가 다 높은 성과를 내라고 재촉해봐야 좋을 리가 없고, 각자 본인의 역량의 최대치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려면 군주가 각각의 목표가 적절한지를 먼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군주와 신하가 먼저 목표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합니다. 일종의 약속이죠. 그리고 약속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신하는 허황된 말로 군주 또는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없습니다. 지난 제7편에서 제가 핵심으로 꼽았던 '형/명'과 같은 말입니다.


"얼마나 할 수 있니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상황을 잘 알아야 함) -> 그럼 그거 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해봐 (권한의 완벽한 위임) -> 목표를 얼마나 정확하게 달성했는지 봐서 상 또는 벌을 주겠다"의 흐름인데요. 이것이야말로 매니징의 가장 어려운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군주는 계산하여 신하를 기르고, 신하는 계산하여 군주를 섬긴다. 이처럼 군주와 신하는 서로 계산을 하니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 나라를 이롭게 하는 일을 신하는 하지 않고, 나라를 해치면서 신하를 이롭게 하는 일을 군주는 행사하지 않는다.


군주와 신하의 이익은 이렇게 다릅니다. 신하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힘쓰지 않습니다. 군주는 본인과 나라를 생각할 뿐 내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신하를 위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익이 충돌하지 않으면서 나라의 이익으로 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군주입니다. 그 무기는 당연히 법, 그리고 상벌이고요.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서 상대방의 이익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기대를 애당초 버리고 나와 다른 이익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이익과 다른 사람의 이익이 다른 것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




제21편 '유로'

노자를 비교하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이루어지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이루어진다."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사물을 제어하려면 미세할 때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말하였다.

"어려운 것을 도모할 때는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큰 것을 하고자 할 때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안정되었을 때 유지하기가 쉽고, 조짐이 없을 때 계획하기가 쉽다."


군주는 미동 없는 굳건한 사람처럼 자리해야 하지만 동시에 늘 모든 것을 주시해야 합니다. 작은 조짐이라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작은 조짐을 방치하면 결국 그것이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군주는 가까운 사람도 믿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도 믿지 않아야 하며, 작은 조짐을 살피다가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실 군주가 저러는 것도 군주이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이 많으니 더 잘해야 하고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죠. 가진 것이 많을수록 책임도 더 많이 져야 합니다. 그것이 돈이든, 힘이든.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생각이 없다면 가진 것도 내려놔야 합니다.


역시 훌륭한 군주는 AI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걸 요구하니 법가가 유가에 비해 인기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자본주의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그 양상이 자본주의 이론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 것처럼 이론은 이론으로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저런 이론을 열심히 탐구해서 더 나은 매니징에 반영하는 노력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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