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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Tube Feb 01. 2021

제27편 '용인' / 제28편 '공명'

제27편 '용인'

안재를 사용하다

현명한 군주는 일을 할 때 서로 간섭하지 못하게 해서 소송이 없도록 하고, 벼슬아치들은 벼슬자리를 겸임하지 못하게 해서 재능이 신장되며, 사람들은 같은 일을 시켜 똑같은 공을 노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다툼이 없게 된다. 다툼과 소송이 그치고 재능이 신장되고 확립되면 강자와 약자가 힘을 겨루지 않게 되고, 얼음과 숯처럼 상반된 것이 없게 되며, 천하에 서로 상하게 하는 일이 없으니, (이것이) 최상의 다스림이다.
평범한 군주가 법술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지키도록 하고, 서투른 장인이 규구와 잣대를 잡도록 한다면 만에 하나도 실수가 없을 것이다.


한비자가 추구하는 방향이 명료하게 나옵니다. 그건 바로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장인이 아무리 서투르다고 하더라도 도구를 쓰면 최소한 측량에는 실수가 없을 것이고, 군주가 뛰어난 성인이 아니어도 시스템에 따라 법술을 행하면 유지가 잘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한비자는 성인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런 성인을 바라고 그들에 기댈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군주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최상의 다스림은 각 신하가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 신하는 겸임을 해서는 안 되며, 그 신하의 일을 다른 사람이 간섭하도록 해서도 안 됩니다. 물론 내부에서 같은 신하끼리 경쟁을 해서도 안 되고요. 개개인이 각 분야의 전문가로 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군주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최상의 사람 쓰는 방법입니다.


내부 사람끼리 경쟁할 필요 없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모든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외부의 사람들이지 내 옆의 직원이 아닙니다. R&R(역할과 책임)만 잘 나눠도 매니징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28편 '공명'

공적과 명성

무릇 재능이 있어도 권세가 없다면 현명하더라도 어리석은 자를 제어할 수 없다. 그래서 한 자밖에 안 되는 나무라도 높은 산 위에 서 있으면 천 길의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은) 나무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서 있는)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군주가 신하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이유는 권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 군주는 그 권세를 타고났습니다. 만약 군주의 위치에 없었다면 아무리 술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 술을 행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군주가 세상에서 꼭 가장 현명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군주는 본인의 권세를 잘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그 권세는 법에 맞아야 하고요. 똑똑함, 선견지명 등 보다는 공평무사함이 군주에게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중요한 일을 신하에게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신하가 진정으로 그 일을 잘 해내게 하려면 권세를 함께 줘야 합니다. 최종 상과 벌은 군주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하지만, 신하가 일을 행할 때 필요한 권세는 줘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야 그 신하가 제대로 일을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에게 본인의 칼을 주며 이 칼을 가진 사람의 말은 내 말과 같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비자를 읽다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현실 속에는 군주-신하의 2단계를 넘어 무수히 많은 단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릅니다. 최소한 내 아래 단계의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기려면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리를 주고 권한을 위임해야 합니다. 그런 것 없이 성과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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