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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UDASS Nov 09. 2020

인생 자소서에 한 줄을 추가하며..

브런치 작가로서의 새로운 출발선 상에서 글을 남기다. 


 

가족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푸시 메일 한통이 왔습니다.


 내용은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으니 앞으로 멋진 활동을 기대한다는 내용.....


 어린 시절 공부를 너무 안 하는 제가 걱정이 되었는지 어느 날 어머니께선 아껴두신 쌈짓돈으로 300권 세트로 구성된 위인전을 사 오셨고 그 이후 친구들과 놀러 가기 위해서는 위인전 한 권을 꼭 읽어야만 집 밖을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고 하루의 주어진 소임을 다해야만 친구를 만날 수 있단 사실은 한동안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얼른 하루의 할당량인 한 권을 채우기 위해 그냥 읽는 시늉만 했었는데 내용을 검사하는 어머니에게 걸려 오지게 맞은 후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훈련 아닌 훈련 그리고 독서 아닌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10권... 정확히 이야기하면 방학 10일이 지나자 위인전의 내용들이 어느 순간 재미있어졌고 책 읽는 재미에 때론 놀러 나가야 한단 생각도 잊은 채 책에 몰입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몰입했던 책들은 대부분 모든 어린이들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좋아했을 법한 위인들인 이순신 장군, 광개토 대왕 그리고 세종 대왕 등과 관련된 위인전이었고 300권의 세트 구성에는 우리나라 이외에 해외의 위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폴레옹,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세기를 빛낸 발명가나 위인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으며 저도 언젠가 저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늘 글에 대한 갈망이 있었으나 남중, 남고 그리고 공대, 군대 그리고 공대 대학원에서 조선소로 이어지는 거친 수컷 세계의 로열로드를 걷다 보니 늘 펜보다는 술잔을 들었고 책 읽기보다는 잦은 회식과 술자리로 인해 메뉴판을 읽는 날의 연속이 되었습니다.


 조선소에서 현재의 직장으로 옮기고 그간 가족들과 잠시 떨어져 주말 부부를 잠시 했던 것이 못내 마음이 쓰였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시작한 '좋은 아빠 도전기'를 블로그를 활용해 일기처럼 쓰기 시작하면서 글에 대한 갈망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저 같은 일반인들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브런치 작가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도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 아닌 의심을 하며 '밑져야 본전이지'란 생각으로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작가 신청을 위한 요청사항들을 채워서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낙방했습니다.


 이유는 '보내주신 신청 내용만으로는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내용이었고 마치 다시 좀 더 내용을 추가하면 마치 금방 작가를 시켜줄 것과 같은 재신청 버튼이 바로 밑에서 저를 다시금 유혹했습니다.



 '사나이가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첨에 성의 없이 글을 쓴 것이 문제였다고 판단해 작가의 서랍에 이것저것 글들을 추가적으로 엄청 적어대기 시작했고 마치 앞으로 책을 발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순서로 써야 지란 생각으로 1화부터 10화가 채워지자 '이 정도면 좋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에는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재신청을 해 보았지만 결과는 다시금 낙방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고민하며 글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고 계속되는 재신청 속에서 저에 대한 소개도 고쳐보고 목차도 고쳐서 도전해 보고 작가의 서랍에 글도 더 빽빽이 채워 넣으며 몇 번을 더 도전했지만 결과는 계속 낙방을 했습니다.


 연이은 낙방에 스스로 지쳐가다 보니 '역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작가가 되는 것은 현실의 괴리가 크구나'란 생각을 하며 포기하려던 찰나에 칠전팔기 정신으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해 보자고 생각하고 다시금 글을 썼습니다.


 그간 썼던 글은 미사여구를 총동원하며 작가 흉내 내며 까불었던 글이라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글에서는 정말 저의 진솔한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만의 표현 방식으로 써 내려갔고 이것 마저도 낙방하면 더 이상은 브런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쓴 글을 올리며 신청을 마쳤고 잠시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푸시 메일로 브런치에서 메일이 온 것을 발견했고 마침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일 마치고 밤낮으로 글을 쓰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던 와이프가 고생했단 의미로 작가가 된 것을 축하하는 파티와 선물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뭘 이런 걸 준비했냐고?" 서투른 경상도 남자 스타일로 표현은 했지만 내심 제 인생 자소서에 작가라는 한 줄을 추가했다는 기쁜 맘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준비해준 와이프와 아이들이 고마웠지만 반대로 작가로서 앞으로 글을 쓸 때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발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함께 드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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