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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현기 Jun 25. 2021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을 조합한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주인공 페니는 달러구트가 운영하는 꿈 백화점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는데, 특이한 건 이 책엔 갈등 요소가 아예 없다.

소설은 갈등을 둘러싼 일들을 전개하고 해결을 통해 결말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게 없다. 그런 면에서 굉장한 신선함을 받았다. 반면 아쉽다면 갈등 요소가 없기 때문에 중반부를 넘어서 부터는 다소 심심하고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판매 부수에 비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내용이다.

솔직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책이다.

 제목에서 주는 판타지 분위기보다는 성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라는 내용에서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간의 신이 세 제자에게 시간을 나눠 가져 다스리라고 했다. 첫째는 미래를, 둘째는 과거를, 셋째는 현재를 다스리기로 했다. 제일 먼저 미래를 갖고 두 번째로 과거를 갖고 셋째는 현재를 갖는다.  동화에서 현재를 택한 셋째가 가장 현명하단 식으로 풀어내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꿈이다. 자고 있는 현재는 꿈을 꿀 수 있고 거기에는 과거와 미래를 함께 그려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동화가 나온 후 페니라는 친구가 달러구트 백화점의 면접을 본다. 이곳은 꿈을 파는 곳으로 달러구트가 주인인데 그는 동화에 나온 셋째의 후손이라고 한다.

달러구트 백화점은 층마다 다양한 꿈을 팔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꿈을 산다. 꿈의 비용은 선불이 아닌 후불이다. 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금 같은 물질이 아닌 꿈을 꾼 사람의 감정이다. 꿈을 꾼 후에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달러구트 백화점의 유리병에 떨어진다. 이런 꿈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과거를 추억으로 살리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해 준다. 이곳은 잠든 후에 오는 곳이라 온 사람들이 기억하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다. 깊은 잠을 자면 꿈을 기억하지 못하고 푹 자고 일어나게 된다. 푹 자지 못하니 가볍게 잠들었을 때 꾼 꿈을 깨어난 후에 기억하게 된다.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손꼽을 정도로 적다. 꿈을 꿨는지조차도 모르고 잘 때가 훨씬 많다. 아주 가끔은 꿈을 꿨다는 것만 기억하고 일어날 때도 있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칼 융은 '하나의 체험'이라고 했다.

이는 꿈이 지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 해석되거나 분석되는 것이 아니며 기계적인 번역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꿈이라는 정신적 소산'은 완전히 그 뜻을 다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로서 몸소 느끼고 묻고 해답을 구해야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꿈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갖는 이유도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미지의 세계와 의식의 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연결해 주는 다리와 같기 때문인 것이다.

만일, 아무리 훌륭하게 꿈을 해석한다고 한들 꿈을 꾼 사람의 체험이 결여되며 해석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꿈은 경험하는 자에게 의미가 있다.

 꿈은 '의식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고자 하는 지향적 의미가 있는 무의식적 메시지'인 것이다.

적어도 꿈을 진지한 자세로 바라보고 그 의미를 통찰하며 깨달음의 경험을 하려는 사람에게 꿈은 자기실현을 위한 지향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잠자는 동안은 의식의 기능이 거의 발휘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꿈은 잠자는 동안에 기억되는 것인 만큼 무의식적인 내용을 상당히 많이 포함하고 있다.

 꿈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지만 무의식에서 분출된다. 평소 본인이 생각하는 것들이 꿈으로 나온다. 평소 갖고 있는 기대와 희망은 물론이고 슬픔과 고통마저도 꿈으로 나온다. 이러한 면에서 예민한 사람이 꿈을 잘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은 꿈만 꾸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상관없이 내 꿈은 기쁨이 넘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독특하고 신박한 소재를 갖고 내용을 풀어내었다.

 손님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주기도 하고 그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여기에 꿈을 만드는 제작자도 있다.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꿈의 내용을 만들어내지만 그 꿈을 완성하는 것은 꿈을 사가는 사람들이다. 꿈의 전체적인 얼개만 있을 뿐 세밀한 내용을 채우는 일은 꿈을 꾸는 당사자이다.

기쁨과 슬픔, 행복한 것들에 대한 대략적인 얼개만 있을 뿐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는 오롯이 꿈을 사가는 사람이 채워 넣는다. 그렇다는 해도 제작자는 여러 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는 손님에게 적절하게 판매하는 것이 달러구트 백화점 직원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 초반에는 특이한 소재와 신박한 내용을 흥미를 갖고 봤다. 아쉽게도 중간 정도에서부터는 다소 흥미가 떨어졌다. 뭔가 좀 더 획기적이고 기발한 내용으로 판타지컬한 내용으로 전개될 것이라 기대하였다. 하지만 동화같이 평범하고 잔잔한 내용이 이어진다.

대부분 꿈은 사전 제작이 아닌 기성 제품처럼 만들어진 걸 구입해서 꿈을 꾸면 된다. 어떤 꿈을 직접 달러구트에게 의뢰를 한다.

다양한 상황과 감정과 내용을 전달하면 이를 근거로 달러구트가 메모해서 제작자에게 의뢰한다. 사전 제작은 당장 주는 것은 아니고 기한은 없다. 어떤 것은 10년이 넘어 주기도 한다. 특정 상황이 충족되었을 때 당사자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그 내용은 대부분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내는 내용이다. 그 내용이 꽤 감동적이다. 어쩌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성인을 위한 동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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