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가는 길목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그녀를 보고...
항암치료를 하며 씩씩하게 오랫동안 잘 살아오고 있는 친구에게서 요즘의 근황을 알려왔다.
그녀는 강했다.
어린 두 아이를 두고 남편이 저세상을 간것도 억울할텐데 그녀자신까지 암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또 그것이 몇년후 전이되어 투병을 하면서 지내온 세월이 수년이 지나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기위해 일터에서도 참 꼿꼿하게 열심히 산다.
두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될때까지만 잘 버티었으면 하는것이 그녀의 바램이다.
악착같이 잘 버티어왔는데....
요즘 더없이 힘드나보다.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복수까지 차서 매일 깜깜한 터널속에 허우적대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힘겨운 항암치료를 늘 외로이 혼자 기차를타고
의연하게 하루하루를 잘 버티어내고 있는 그녀가
나에게는 성스럽기까지 한다.
의사선생님의 마지막 통첩같은 얼마 남지않을 기대여명을 듣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그녀가 떠올라 밤새 뒤척이며 잠을 잘수가 없었다.
엄마와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아이들에게도 얘기해주라는 의사의 말들이 그녀를 얼마나 갈기갈기 찧여놓았을까!
그녀의 아이들은 아직도 초6, 그리고 중2 형제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오래볼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
갈수록 더 심해져가는 치매의징후들로
매일이 도전이되는 일상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나도 우울하기는 그녀못지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며칠전 서울 롯데호텔 결혼식에 혼자 찾아가는데도
전철을 잘못타고, 어리버리 내 뇌는계속 제대로된 정보를 알아내기위해 버퍼링으로 멈춰있는 시간들이 잦았다.
길찾는 일이 이젠 도전이 되어가나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겨우겨우 시간안에 도착하여 다행이었지만
마음은 참담했다.
지난번 건강검진센터에서 치매종합검사를 하고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종합병원 예약한것이
10 월 7일 이었다.
병원 방문 일주일이내에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심사 결과지를
가져오라고해서
치매검사를 또 했다.
결과는
나 뿐만 아니라 검사진행자까지도
놀라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너무나 안됫다는 표정으로
"지난번 점수보다 많이 떨어졌어요~ 22 점입니다".라고 말하며 나의 눈치를 살폈다. 눈물이 주룩주룩 주체할수 없이 흘러내려 그분을 난처하게 했지만, 나의 의지로는 어찌할수 없었다.
(지난 2월의 점수는 27점)
점수가 이러다보니 이어지는 심층검사는 필수가 되었다.
18일 금욜에는 4시간에걸쳐
여러가지검사를했고
어제는 뇌mri를 또다시 찍었고
일주일후 신경심리검사가 또 기다리고 있다.
일분일초도 헛되이 살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왔던 시간들!
며느리로, 아내로, 사회의 일원으로의 모든 의무를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했던 모든것들이
나에게 이런 멍에로 다가오는 것인가?
앞으로 남은인생을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까?
나도 벌써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되어가고 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그저
바라다보며 느긋하게 살려고 한다.
날마다 맨발걷기운동도하고
자연과 더많은 대화를하고
욕심도 버리고
결실없는 하루라도
괜찬아 ~~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며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나의 언행을 되짚어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
하루도 눈물없이 지나가는 날은 없는것같다.
어느날 남편이 날씨어떠냐고 묻는 말에
날씨표현하는 말이 전혀 떠오르지않아
망설이다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겠어. 생각이안나. 그림자가 많은날인데..여기저기 온통 그림자밖에 없어!."라고 했던
날도 있었다.
매일 말 배우는 어린 아이같다.
나의 이런상태를 잘알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은
내가 다음말이 생각이나지않아
머뭇거릴때
얼른 나서서 눈치껏 알맞는말을 던져준다.
그럴때마다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다.
그순간 또 내 뇌는 새로이 알게된 단어를 여러번
되뇌어본다. 다시 기억해낼수 있을지 장담을 할수 없을지라도...
어젯밤도 역시나 수십번 잠에서 깨었다.
수명이 얼마남지 않아
죽기전에 해야할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위해 사투하고 있을 그녀를 위해
내가 할수있는것이 있나?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지만 뾰족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은 용기내어 그녀에게 연락해봐야겠다.
그녀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아야겠다.
더늦기전에..
다시 눈물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