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혹시"
가장 훌륭한 사랑의 행위는 관심을 표하는 것이다.
-마이클 J. 앨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가는 길,
종종 지나치는 카페 앞에서 진풍경을 목격했다.
카페 앞에 당도하기 10걸음 전, 정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를 향해 뒤따라 나온 한 남자.
그는 이미 충분한 고민과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내린 결심이리라.
"혹시 인스타그램 아이디 알 수 있을까요?"
당연하게도 휴대폰 번호를 물어볼 줄 알았는데, 맙소사 인스타그램이라니.
아 이 녀석, 위축된 건가? 뭔 사생활 포트폴리오를 물어보고 그래. 그냥 질러 인마!
하지만 시대가 조금 달라졌다. 그 남자도 분명 고민의 시간 동안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인스타그램을 물어봤을 게 뻔하다. 그게 요즘 통하는 방식이라고 하니까.
여자의 답변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이 두 청춘남녀가 담긴 프레임 속에서 내 역할은 그저 포커싱도 맞춰지지 않은 '행인 1'이므로, 그대로 지나칠 수밖에 없음에 통탄스러웠다.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성공여부를 뒤로 한 채 행인 1은 프레임에서 사라져 갔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성별을 떠나서 호감을 느낀 낯선 사람에게 연락처를 묻는 행동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만큼 상당수의 젊은 남녀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혹은 아예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오랜 고민 끝에 내릴 수 있는 결심이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
대부분은 아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상대를 시야에서 놓치고 말 테다.
그렇기 때문에 그 찰나의 순간에 굳은 결심을 하고 다가 간 사람은 굉장한 사람이다. 호감을 받은 사람은 상대가 웬만큼 별로가 아닌 이상 기분이 좋을 테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나도 남자라서 그런지 얼마나 큰 결심을 해야 실천으로 옮기는지 알고 있다.
보통은 짧은 순간 수많은 가정을 던진다.
'남자친구 있을까? 있겠지?'
'아 근데 혹시 또 모르는데.. 진짜 이쁘다'
'아 거절당하면 진짜 개망신인데.. 나가는 길에 물어봐야겠지?'
그렇게 수십 번의 상소문을 올리다 이윽고 내린 결심에 남자는 움직인다.
사실 이 과정에서 연락처를 얻어 낸 사람 다음으로 즐거운 사람은 그걸 목격하고 있는 사람이다.
얼마나 그 광경이 흥미롭고 재미있는지, 거절당하는 걸 봐도 미안한 이야기지만 흔히 말하는 도파민이 발생한다. (혹시 자신의 친구가 시도하는 경우엔 세상 무엇보다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몇 명의 남자가 끌어모은 용기를 냈을까.
가을이었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