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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Dec 13. 2024

떠내려가지 않는 방법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린 어디에 있는가

우물인가 강물 혹은 바다인가

우물이 아니라면 흐른다


흐름에 떠내려가지 않는 방법은 세가지

무거워 지는 것

깊이 가라 앉는 것

물살을 거스르는 것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무얼해야하는가?



where are we?

in the well? or on the sea?

if not well, there's current


there are three ways to go against the flow:

to become heavy

to sink deep

to swim against the current


where are we?

what are we to do?




온천이 좋았던 독거청년


독신이자 독거청년 시절, 매주 목요일은 "목욕하는 날"로 정해서 아침 일찍 이든, 퇴근길이든 목욕탕을 들르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안하는 기회로, 어떤 때는 방수커버를 씌운 킨들을 들고가서 '욕중독서浴中讀書'를 하기도 하구요. (당연히 카메라는 없는 거지만 종종 저지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무렵 서울 북부 북한한 근처에는 목욕 좋아하는 제가 우연히 발견한 온천이 있습니다.

전철타고 온양온천까지 가기는 멀잖아요? 은평한옥마을 지나 북한산성입구 전에 있는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는 곳입니다. 이름만 온천이 아니라 진짜 온천물이더라구요.



결혼 후 아이를 가진 후에는 혼자 그렇게 목욕탕이나 온천에 몸을 담글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가면 되지 않냐구요?
그럼 그 사이에 애들 중 하나가 깨서 아내를 깨울까봐...그럼 아내가 힘들까봐 안 가게 됐죠. 퇴근하고 가는 것도 귀가시간이 늦어지니 또 늦게 온 분량만큼 지쳐서 아이들을 혼내고 있는 아내를 마주하는 것도 피하고 싶었구요. 네, 어찌보면 아내를 과보호 혹은 과배려 한 걸 수도 있겠네요.


육아하면서는 최근에 두 번 시도해봤어요.


한 번은 어머니와 아이들 그리고 아내가 같이 온천을 다녀오게 하고,

또 한 번은 올해는 11월 말부터 한국에 오셔서 같이 지내고 있는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다녀왔어요.


아내와 장모님은 온천에 내려드리고,

바라던대로 차로 가는 동안 아이들이 잠들어서

차로 북한산성 입구로 이동해서 장인어른은 북한산 자락 혼자 둘러보시다가

목욕시간 끝날 때쯤 픽업가는 스케쥴로.


두 번 다 온천 근처까지 갔지만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하느라 물과의 시간을 향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왼쪽 팔꿈치가 이상하게 아파서 조심하고 있던 중이라... 아내가 온천을 한 번 다녀오라고 하더라구요. 장인 장모님도 와계시니 맘의 여유가 생겼나봅니다.


12 12 새벽의 혁명


올해 12월 12일 (무슨 12.12사태도 아니고... ) 아이들의 발에 맞아 새벽 4시 반에 눈이 떠진 뜬 저는 반란..아니.. 일탈을 계획했습니다.  온천이 6시에야 여는 걸 알고 기다리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출발.


별이 보이는 새벽에 일찍 차를 타고 출근 전에 온천을 누려보겠다고 차갑고 어두운 여명 전의 도로를 달려 갔네요.


그렇게 거의 5년? 6년 만의 온천에서 물 위에서 둥둥 떠있으며 하던 생각을 남긴 글이에요.


새벽 일찍이라 사람들도 없고, 온천탕 위에 두둥실 떠 있으며 부글부글 하는 물거품에 몸이 움직이는 게 느껴집니다. 한참을 누워있다보니 꽤 몸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 있더라구요.



열심히 살고 있으면 떠내려가지 않는 걸까?


철학적 미니멀리즘을 가지고 생각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동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요즘 이게 핫하데'

'요즘 이게 대세야'

'이게 4차 산업혁명의 다음 먹거리야'


그렇게 트렌드를 따라

계속 바뀌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돈을 좇아 성공을 좇아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대의 흐름에 떠내려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안 떠내려가려면 어떡해야 할까?


먼저 떠오른 건 잠수였습니다.

숨을 내쉬고 몸을 가라 앉힙니다.

깊이 내려가면 주변의 소음이 사라집니다.


깊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몸을 가볍게 하는 건 폐 안에 들어온 공기 입니다.

공기를 내보내면 조금 더 무거워지긴 하죠.


그렇게 깊어지는 방법 중 하나는 무거워 지는 겁니다.

내 안을 더 무거운 것으로 채웁니다.

고대부터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온 지혜를 모아 담습니다.

한 권, 한 권, 한 사람, 한 사람이 무게추가 됩니다.

오래 살아남아 있는 지혜일수록 무겁습니다.

2,000년, 3,000년을 거쳤는데 아직도 가치가 있다면 더더욱.


물 속에서 걷는 것은 물살이 없는 곳에서도 꽤 어렵습니다.

부력이 몸을 가볍게 하지만 물에 잠겨 있는 모든 면이 저항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활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죠. (제가 농구하다가 다친 발목 재활에 그렇게 적용하기도 했어요. )


물살이 있는 곳에선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거워질수록 떠내려가지 않을 힘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그게 우리의 기반.

철학, 세계관, 핵심가치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음벽주의보: BE AWARE OF THAT ECHO CHAMBER


우리가 가진 의견은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로 기분 좋은 환경, 불편함이 없는 곳에서 있기를 선호하죠.

다른 의견을 지닌 이들의 목소리는 불쾌한 마찰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그런 편안함은 종종 우리는 echo chamber/회음벽回音壁가 됩니다.


좋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 듣다보면 우리의 식견이 넓어지지 않습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는 인연을 끊어라"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쇼펜하우어에 관한 글들이 자주 보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회음벽에 갇히게 될 수 있는 철학적 조언을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이미 알고리즘을 통한 피드가 우리를 기술적으로 충분히 좁게 만들고 있는데 말입니다.


구소련이 붕괴된 것에는 '비평/비판할 수 없는 절대권력'의 자연적 속성이 담겨 있습니다.

비판이 처형과 단절로 이어지다보면 결국 남는 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한국적 단어를 사용하자면 '필요한 쓴 소리'도 할 줄 아는 충신은 사라지고, '감언이설'만 하는 간신만 남게되죠.

그렇게 자기 주변엔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만 남게 됩니다.

매일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적 비평으로 나를 성장시켜줄 사람이 없어진 환경이 됩니다.

이런 환경은 나를 현실과 떨어드립니다.

그렇게 현실과 내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듣는 세계"의 차이가 점점 커집니다.

괴리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때 우리는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나는 분명 내 주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데?"

열성팬, 신봉자로 둘러쌓인 이가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미 다 사라져서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만 남아 있으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되기 쉽죠.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은 자기 파멸적이 되기 쉽습니다.

인간의 물리적 속성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떨어지는 것이고

신체 부위의 특성상 강한 충격을 받으면 뼈나 근육,인대가 손상됩니다.

내가 신뢰하는 주변 사람들이 '넌 날 수 있어! 날 수 있어'  라며 만장일치로 내가 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는 창밖으로 한 걸음 내딛습니다.

.

..

...

쿵.

으악.

(잘못하면 아래 있던 사람도 다치죠)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사니 자존감이 높아져있을수록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더 크게 다치겠죠.



물론 100% 확신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염두에 두고 검토 한 후에 갖는 게 좋겠죠.
하지만 가끔은 다수가 맞을 때도 있겠구요.

우리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10년 후, 20년 후에 돌아본 2024년의 12월은 어떤 기록이 남을까요.

제가 모르는 이면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는 중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혀 모른 상태에서 쓴 글임을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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