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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ug 25. 2021

결혼과 출산이라는 무게

사실 제목에 여자의 결혼과 출산이라는 이야기를 넣을까 하다가 요즘 성별을 나눠 편 가르기 하거나 페미니즘이라는 둘레로 마치 자신의 관념이 모두 사실인 양 하는 부분이 심해 선입견을 갖게 할까 봐 넣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요즘 온라인상에서 펼쳐지는 현상을 보면 참 씁쓸하다. 특히 얼마 전에 안산 선수에게 씌어지고 던져졌던 말들은 이게 현시대를 살아가는 정상인들이 할 수 있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말을 시작했는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겠다. 참고로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아이도 없는 싱글이다. 근데 왜 이런 글을 쓰게 됐냐며 어쨌거나 여자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건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출산이라는 무게는 오로지 여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변에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집도 있다. 반대로 결혼해서 딩크족을 선언한 지인들도 있다. 내가 그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순 없겠지만 그냥 내가 느끼는 부분을 이야기해 보겠다. 


나는 어렸을 때는 무조건 결혼을 빨리해서 아이도 많이 낳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오빠가 한 명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오빠랑 초등학교 때부터 떨어져 살아서 거의 외동처럼 자랐다.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고 집에서 항상 늦은 시간까지 혼자 있었다. 어쩔 때는 그게 너무 무서워 울면서 잠든 적도 있었고 형제자매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보며 세상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나는 크면 결혼을 빨리해서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철이 없었던 시절의 생각이다. 아무튼 그랬는데 점점 나이가 들 수록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린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 모두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고 결혼을 해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주변인들이 더 많다. 하지만 나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인 중에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커플이 있는데 고민 끝에 딩크족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말 수 없이 고민하고 장단점에 대해서 적어보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을 때 자신은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난 그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사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 키워줄게 아니라면. 하지만 주변에서 하는 소리들은 가관이 아니었다고 한다. 남편이 처음에나 좋다고 하지 끝까지 그렇게 좋은 사이 유지할 수 있을 거 같냐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고 한다. 참 오지랖들은. 본인들의 인생이나 잘 꾸려 나가지. 남의 인생에 이러쿵저러쿵 참견질은. 물론 그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리일 테니 무조건 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한 생명을 키우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 한마디로 결정 지을 수 있을까? 특히 요즘처럼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 


내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건 우리 오빠 부부를 보면서였다. 오빠가 결혼을 해서 신혼 생활 한 2~3년 정도 하고 나서 아이를 갖게 되어 아주 귀여운 조카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가짐과 동시에 새언니는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약 3년째 태교와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원래 사회생활을 했었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회생활과 (일과) 단절되어 집에서 아이만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다. 물론 그걸 원하고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맘일까란 생각을 했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크고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조카만 봐도 이렇게 예쁜데, 내가 직접 10달을 품고 나은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경력이 단절되고 집안에서 아이만 키운다는 건 행복할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요즘엔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기도 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라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육아라고 하면 엄마가 하는 것이고 아빠는 도와준다는 개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같은 여자로서 새언니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언니가 정말 그냥 아이만 키우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냥 좀 더 편하게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새언니는 사회생활에 대한 욕심도 있고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도 분명히 있어 보였다. 자기개발 하는 것을 좋아하며 노력하는 타입이랄까? 그런 언니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이 언니에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내 생각대로 보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마음 한편에 씁쓸함은 없는지 가끔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이 모습만 보고 결혼과 출산에 대해 다시 생각한 건 아니다. 난 쫌 자유로운 영혼이다. 어디에 얽매이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하지만 아직 가져보지 않은 아이라는 존재를 위해서 내 이 모든 걸 다 버리고 삶의 리듬을 바꿀 수 있을까란 생각도 해봤다. 어쨌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내가 건강하고 잘 지탱이 돼야 다른 사람을 돌 볼 여유가 생긴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있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내 모든 걸 희생하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망설여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또 결혼과 출산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하면 출산은 당연한 거란 생각을 한다. 아무도, 누구도 그렇게 정해 놓은 게 없는데 고정관념처럼 당연히 한 세트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앞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난 지금 당장 결혼 생각도 없고 결혼해도 아이를 가질 생각도 전혀 없는데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사람들은 가끔 큰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다 그래도 지나 보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이 인생에 있어서 꼭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볼 수도 있고 못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출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를 꼭 닮은,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꼭 닮은 아이를 낳는 게 세상 다시없을 기쁨일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인생에서 다른 이들에게 1순위이기 때문에 꼭 나에게도 1순위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은 모두 다르니까. 여자라고 해서 출산을 강요받을 필요 없다. 출산도 선택이다. 반드시라는 건 없다. 선택을 하는 것이다. 강요받을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내는 건 오롯이 그 집안의 일이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하여 의무적으로 아이를 낳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아이를 낳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무에서 시작하는. 나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 생명을 키워내는 일인 것을. 또한 그것은 온전히 부부가 함께 견뎌야 할 무게라고 생각한다. 누구 한쪽만이 감당할 무게가 아닌 것이다. 


나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사실 비교할 순 없다. 뭐가 더 나은 삶이고 가치가 있는지. 물론 경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하는 게 모두 정답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모두 다르기에. 그러니까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며 그래 그렇구나 하는 마음가짐을 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맞고 너는 틀려! 가 아니라, 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난 이렇게 생각했어라는 마음가짐. 인생엔 여러 터닝포인트가 있겠지만 결혼과 출산은 인생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디 그 부분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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