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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Jan 13. 2024

엄마의 된장찌게

어느덧 서른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나이. 주변의 것들이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졌다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루하루 변함 없이,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평화로운 그런 날들. 아침에는 5분 더 잔다는 핑계로 아침을 굶고 저녁은 밖에서 먹는다는 핑계로 집에서 밥 먹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시간들. 그러다 문득 주말 느지막히 일어나 이미 한 번 차려진 밥상이 치워진 시간, 저벅 저벅 걸어가 끓은 찌게를 다시 한 번 더 끓여 남은 밥을 퍼 담아 식탁에 차려 본다. 그런 자식이 못 마땅 하면서도 이것 저것 반찬을 다시 한 번 꺼내주는 엄마. 툴툴 거리면서도 내심 그런 엄마의 챙김이 기분 좋아 맛있게 한 술을 떠 입속으로 넣어 본다. 한 숟갈, 두 숟갈 먹으며 문득 엄마의 된장찌게 맛을 되내어 본다. 


너무나도 익숙한 30여년 동안 먹어온 엄마의 밥상, 엄마의 된장찌게. 나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를 실감하며 문득 언제까지 엄마의 된장찌게를 먹을 수 있나 생각해 본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엄마의 손 맛에 길들여진 지난 날들을 생각해 보며 앞으로 나는 얼마 동안 이러한 것들을 누릴 수 있나,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앞으로 30년을 더 살고 시간이 곱절이 흐른다고 해도 충분히 만족했다 생각할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이 알 수 없기에 지금 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그렇기에 더 애뜻하겠다 생각하면서도 내가 그것을 받아 들일 준비는 되어 있나 생각해 본다. 나에겐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특별할 것 없는 엄마의 된장찌게를. 자주 갔던, 오래된 당골집의 음식을 더 이상은 먹을 수 없는 것과 과연 비교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과연 그 끝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평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이상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어느날 문득 엄마의 된장찌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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