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다시 학생이 되기로 한 이유
나는 한국어 수업처럼 불어를 배우고 싶었다
남편은 외국인이다. 남편의 모국어는 불어이고 영어 교육 전공자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국어도 유창하다. 내가 늘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남편의 가족들을 방문하거나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어를 배워야 했다. 남편의 가족들과 통화할 때마다 간단한 인사만 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해서 엉성하게 외우지 않더라도 나도 그들과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고 싶었기 때문에. 이러한 나의 환경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언어 교사인 내가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나의 학생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나는 서울에서 세 군데의 불어 학원을 다녔다. 한국어 강사가 되기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첫 불어 학원에서는 그야말로 왕초보, 입문반이어서 불어 학원의 한국인 선생님의 발음이 좋은지 어떤지, 가르치는 방법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보냈다. 언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학습의 지속성이 중요한데 내 상황은 그럴 수가 없었다. 방학을 이용해서 한 두 달간을 배우고 나면 다시 일이든, 수업이든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고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다시 시작할 때쯤엔 처음 배웠던 것들이 아쉽게도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 후였다.
“남편 분하고 집에서 불어로 대화하면서 생활하시면 불어를 잘하시겠네요.”
이 말을 자주 접한다. 하지만 부부끼리는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게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다닌 불어 학원에서는 바라보는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형태 제시를 좀 더 해주었으면...’
‘말하기 연습이 부족하다’
‘짝 활동으로 하면 좋겠는데’
나는 조금씩 언어 교사의 입장에서 불어를 배우는 학생이 되고 있었다. 수업을 들을수록 역시 한국어 교사의 문법 교수법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내가 배운 한국어 수업처럼 불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리고 나의 학생들이 한국, 현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나도 프랑스 현지에서 불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어는 전 세계인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인기 있는 언어인 만큼 그 불어를 가르칠 프랑스의 불어 학습 커리큘럼은 매우 잘 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대는 불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의 입장보다는 언어를 가르치는 언어 교사로서 프랑스의 언어 지도 프로그램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내가 프랑스에서 다시 학생이 되기로 한 이유이다. 우리는 방학을 맞추어 프랑스 여행 중 나의 불어 단기 어학연수를 계획했고 약 일 년 전부터 모든 예약을 마치고 어느 해 겨울 한 달간 프랑스를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