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교사의 재능을 자랑하는 시간이 아니다
학습자는 목표 언어를 많이 듣고 싶을 뿐이다
내가 한국어 수업을 처음 한 날, 그 날을 생각했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부족했고, 긴장해서 꼭 하고 싶었던 걸 하지 못했고 수업이 끝난 후에 엄청 후회를 했던 그 날을 떠올리면서 어제 있었던 프랑스 어학원에서의 첫 수업을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법이니까.
그렇게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두 번째 수업을 맞이했다.
프랑스 선생님도 첫 수업 때보다는 긴장이 풀리셨는지 시선을 맞추면서 질문도 하고 우리의 대답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얼마 가지 않아 나의 노력을 또다시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수업을 하던 중, 선생님은 독일인 학생 앞에서 독일어를 할 수 있다며 수업 내용과 상관이 없는 내용을 독일어로 그 학생과 대화를 하더니 조금 뒤에는 브라질 학생한테 포르투갈어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다. 이 선생님은 자신이 여러 나라의 언어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 정말! 이거 뭐 하는 거지?”
나의 고향 말(국적의 언어)을 알고 나에게 건네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당연히 반갑고 고마울 수 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간단히 하는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반에는 그리스, 독일, 브라질, 우크라이나, 한국 5개국의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이 독일어를 할 때 독일인 학생을 제외하고 우리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불어를 배우러 온 것이지 다른 나라 언어를 하는 선생님을 보러 프랑스까지 온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생님이 독어 등의 다른 나라의 언어를 수업 시간 중간에 아무 때나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선생님이 불어로 설명을 하고 이해를 못한 학생이 있다고 생각하면 영어로 다시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선생님의 영어 발음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영어 발음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불어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어디까지가 불어이고 영어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한테 한국어를 가르치시면 영어를 정말 잘하시겠네요?”
내가 한국어 교사라고 소개를 하면 자주 듣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다시 물어본다.
“혹시 영어 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한테 영어를 한국어로 배우셨어요?”
언어를 배울 때는 그 목표 언어를 가장 많이 듣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해외로 어학연수도 가고 한국인 영어 선생님보다는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선호한다.
가끔 한국어 수업에서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를 잘하는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가 아닌 학생의 고향 말이나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 외국어가 학습자에게는 그 조차도 처음 듣는 발음의 한국어라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오전에 수업을 듣는 동안 남편은 어학원 근처에서 취미 활동을 하다가 다시 수업이 끝날 무렵 강의실 옆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린다. 대기실에서 우리 반 수업을 듣게 된 남편이 묻는다.
“선생님이 왜 수업 시간에 영어를 해? 근데 영어 문법도, 발음도 다 틀렸어.”
이 날, 우리는 앞으로 남은 나의 불어 수업을 걱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