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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Dec 09. 2020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잘못된 반 배정으로 화가 난 학습자와 선생님

  한국어 수업은 대부분 6개 등급으로 나누어 반(수업)을 관리하고 있다. 가장 초급 반인 1급부터 고급 반인 6급까지가 있는데 레벨 테스트를 거쳐 나뉜 반이라고 해도 같은 반의 학생들 수준이 모두 비슷한 것은 아니다.

사실은 1급 이전에 입문반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반이 있는데 여기에서 한글의 자음, 모음의 발음이나 한국어 기본 문법을 배운다. 최근 한국의 유학생들은 한류 인기의 영향인지 자국에서 이미 입문반은 마치고 오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어학원 수업에서 만난 우리 반 6명의 수준도 제각기였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수업을 하면서 나를 포함한 우리 반 학생 대부분이 자국에서 입문반을 통해 기초 발음이나 자기소개 등의 불어 수업을 이미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난히 말이 없었던 한 학생을 제외하고.


  첫 수업에 내 옆에 앉은 그 학생은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한국어 수업에서 우크라이나 학생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매우 반가웠다. 그 학생은 여동생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면서 조카가 생겼는데 조카와 대화하고 싶어서 불어를 배우러 왔다고 했다. 그 학생은 그야말로 불어의 A, B, C 발음 조차 모른 채 프랑스로 왔고 프랑스 어학원에서 알파벳 발음부터 배울 생각으로 온 모양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그 학생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의 불어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3일째 수업 날, 그 학생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매 수업시간마다 제스처(gesture)로 화가 난 듯 선생님한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행동을 취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은 다시 그 학생에게 문제풀이를 시켰고 그 학생은 또 모르겠다고 답을 피하자 선생님 역시 그동안 참았던 속마음을 우리한테 하소연이라도 하듯 영어로 쏟아 내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영어를 100퍼센트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대략 이런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신은 우리 반 수준과 맞지 않아서 나는 어학원에 말을 했다. 하지만 어학원은 당신 혼자만 담당할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 수업을 맡으라고 했다. 나는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당신의 발음도 가르치기 힘들다. 당신은 다른 반으로 가야 한다. 나는 오늘 수업이 끝나면 다시 어학원에 말할 것이다."


  헐... 나는 지금까지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상대로 흥분한 상태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은 실제로 처음 봤다.

그다음 날부터 그 학생은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일까? 분명 학생도, 선생님도 피해자이다.

  반 배정의 책임은 기관에 있다. 반(수업)을 더 만들수록 담당 교사가 필요하고 기관은 인건비가 발생한다.


   한국어 수업의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는 늘 존재한다. 내가 수업했던 우리 반에도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특히 발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문장 하나를 읽을 때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학생이었다. 이 학생을 볼 때마다 수업 후에 발음 교정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될 텐데 하고 생각이 많았던 학생이었다.


  한국어 수업을 하다 보면 우리 반 대부분의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나머지 공부라도 시켜서 끌어올려 주고 싶은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또는 한국어를 잘 하지만 어느 한 가지 영역이 아쉬워서 보충했으면 하는 경우도 있다.


  몇몇 기관에서 정규 수업 후에 발음반, TOPIK(한국어능력시험) 준비반 등을 '선택반 혹은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보충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나는 이 수업이 꼭 필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기관에서 하나의 반으로 분류시키지 않아서 실력이 안되는데 어느 반에 포함되었다면 그 학생은 역시 피해자이다. 그 학생은 한 학기 내내 버거운 수업 내용을 마주할 것이고 결국 수업을 포기하는 악순환으로 한국어 수업에 대한 결말이 좋지 않다.




생각 나눔!

  프랑스 어학원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학생은 용감했다. 그 학생은 우리 반 수업이 자신이 공부할 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 맞는 반을 찾아 달라고 말한 것이다.

  수업이 너무 어렵다고, 자신이 이 수업과 맞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프랑스 선생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교사는 알 수 있다. 교사는 수업을 하면 이 학생이 무엇이 보충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서툰 한국어로 수업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못하고 있을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보충반을 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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