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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옹수엉 Apr 12. 2022

6개월, 독일에서 살아보기

독일에서의 이야기


2021년 9월 13일부터 2022년 2월 15일까지

독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한 달도 훌쩍 지났다. 



아마 돌이켜 보면 내 여행은 꽤나 특이했지 않았을까 싶다.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와 에얼랑엔에서 함께 지내며 3개월 반, 라이프치히로 홀로 이사를 가서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며 2개월을 보냈다. 


친구 덕분에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되었고, 같이 파티를 하기도 했다. 친구의 독일인 남자친구 C와도 다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가족 집에 여러 번 초대돼서 크리스마스와 새해와 같이 독일의 큰 명절을 함께 나기도 했다. 선생님을 준비하는 C 덕분에 서로의 사회와 교육 방법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기도 하고, 독일 고등학교 수업을 참관하는 등, 덕분에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정말 빠르게 깊게 알 수 있었다. 혼자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각국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나라로 놀러 가서 다시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기도 했다. 그들에게 정말 많은 새로운 생각들을 배울 수 있었다.




독일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 C와 그의 가족들




우리는 여행의 현실이 우리가 기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하다. 
물론 비관주의자들-데제생트가 명예 후원자 노릇을 할지도 모른다-은 현실이 반드시 실망스럽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단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진실에 좀 더 가까울 수 있고, 또 좀 더 보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처음부터 큰 예상이나 기대를 가지고 간 여행은 아니었다. 외국인들과 소통을 하고 넓은 세계를 알고 싶다는 게 목적의 전부였다. 하지만 삶은 항상 내 상상 밖의 것들을 전해준다. 



물론 안 좋은 일도 많았다. 오해가 생겨서 기차를 잘못 예매했는데 파업 기간이라 새 기차를 못 구하고, 다른 친구가 애매해준 버스를 한참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다음 주 버스를 예약했었고..... 공항에서 새벽까지 기다리다 결국 친구의 남자친구가 차를 타고 데리러 와준 적도, 비행기를 놓쳐서 파리 공항에서 노숙을 한 적도 있으며, 76짜리 캐리어의 바퀴가 고장 나 땀 뻘뻘 흘리며 힘으로 끌고 다니는 걸 4번이나 반복했고(이 기회를 틈타 도와준 친구들과 낯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칭챙총 기습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픈데 병원에서 안 받아줘서 안되는 독일어로 전화하고 알아보느라 고생하기도 했고, 한 시간 걸려서 병원을 갔는데 거주지 도시가 아니라고 못 받아준다고 했을 땐 진짜 눈물이 났다.... 넘어져서 머리를 찍고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던 적도 있었다. 


 

난 이제 두려운게 없다!



하지만 이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혼자 여행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며, 낯선 이들과도 나이에 상관없이 진실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웠으며, 내가 이전에 가졌던 생각들을 깨고 새로운 생각들과 세계들을 안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더 넓은 세계를 계속 보려 한다. 



혹자는 다 똑같은 사람 사는 곳이라고 할 수도, 그렇기에 굳이 가서 볼 필요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더 넓은 세상을 봐야 하는 이유는, 내가 평생토록 살았던 나의 고향에서의 정답이 결코 하나의 정답이 아님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객관식이 아니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양한 답이 존재하고, 그것이 모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스스로만의 답을 생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집단에 휩쓸리지 않게 될 수 있다. 




명실상부한 자살률 1위 우리 사회는 분명히 기형적인 부분들이 있다. 영어 유치원을 가기 위한 2~3살을 위한 학원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많은 아이들이 수학, 영어, 미술, 토론, 피아노 등 여러 학원을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다. 수업 시간에는 질문과 토론이 별로 이뤄지지 않는다. 참여 점수를 주지 않는다면, 질문이 있냐 교수님이 물어보면 강의실에선 침묵이 흐른다. 방송에서는 잘생기거나 이쁜 사람들이 공부도 잘한다면 더욱 찬양한다. 정치판에서는 뿌리 깊은 양당체제를 벗어나지 못해서 발전 대신 서로를 물어뜯는 것을 택하며, 국민들도 다른 정당을 뽑아봤자 무표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두 가지 선택권만 존재한다는 무력감을 가진다.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여자 남자도 편을 가르며 싸우고, 일본과 북한도 중국도 모두 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에게 새겨진 가치들이 정말 옳은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우리는 왜 이렇고, 그들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평생 동안 하나만이 가능한 줄 알고 그것을 따랐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완벽한 나라는 없다. 무언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지 나에게 선택권이 생긴다는 것만큼 큰 게 없지 않을까.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시작일 수 있다.   




앞으로 독일에서 했던 경험들과 생각들을 하나하나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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