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너에게
엊그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의 일이야.
집에서는 TV를 켜지 않으니, 식당에 켜져 있는 TV는 너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지.
TV속에서는 후원을 바란다는 문구와 함께 어느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이 나오더구나.
삐쩍 말라서 눈의 크기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아이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흙탕물을 퍼마시고 있었어.
너는 그 친구들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이윽고 궁금증을 쏟아내었어.
"엄마, 저 친구들은 왜 지저분한 물을 먹어요? 바닥에 있는 물은 지저분하잖아요."
너에게 해줄 말을 골라내느라 엄마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주었어.
"우리는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수 있고, 깨끗한 물을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어. 참 감사한 일이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은 아니야."
너는 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엄마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
"으누야, 너는 감사하게도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태어났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 부자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물을 마음껏 얻을 수 있어. 하지만 TV속에 있는 저 친구들은 우리나라보다는 여러 가지가 열악한 나라란다. 그래서 물이 부족하고, 누구나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없는 거야. 그래서 저렇게 흙탕물이라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는 거란다."
네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들이었지만, 엄마의 말에 집중해 주었어. 그 모습이 고맙고 대견해서 엄마는 해주고 싶은 말을 조심스럽게 골라서 말을 이었지.
"그러니 네가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돼. 으누는 운이 좋아서 부자 나라의 부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거야. 그래서 으누는 갖고 싶은 것들을 가질 수 있고,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좋은 집에서 에어컨 틀며 시원하게 지낼 수도 있고, 예쁜 옷을 입을 수도 있지. 이 모든 건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들인데 으누는 운이 좋아서 누리고 있어. 그러니 늘 감사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네, 그럼 저 친구들은 불쌍한 친구들이에요?"
"아니, 저 친구들만의 삶이 있기에 우리의 기준대로 '불쌍하다'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저 친구들을 포함해서 모두가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는 있어. 그것이 으누가 누리고 사는 것들을 세상과 나누는 방법이란다."
엄마는 부디 네가 부자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의 우월감으로 그 친구들을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지금 네가 부모를 잘 만나서 누리고 있는 것들을 친구들과 나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러한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생각을 좀 더 다듬어 봐야겠구나. 그래서 더 잘 설명을 해주어야겠구나. 엄마는 이렇게 다짐을 하였단다.
그러다가 깨달았지. 이건 말로 설명해 줄 수 없는 거구나. 엄마아빠가 삶의 태도로 직접 보여줘야 하는 거구나. 네가 세상을 어떻게 대하였으면 좋겠는지를 말로 설명해 주기보다는, 직접 그렇게 살아가도록 할게. 그런 엄마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네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단다. 많고 많은 나라 중 살기 좋은 대한민국에서 너를 살게 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엄마아빠가 너를 굶기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를 위해서라도 엄마아빠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