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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ug 10. 2023

제주도민에게 태풍이란?

제주 입도 4년 차, 4번의 여름을 보내며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지나고 있다. 다행히 제주는 별 탈 없이 지난 것 같은데 육지가 걱정이다. 이번 태풍은 육지를 관통한다고 하던데, 수해 피해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역이 걱정이다. 무사히 지났으면 좋겠다.



사실 제주에 살면서 이 정도의 바람은 흔하디 흔하다. 강풍이 일상인 제주, 이 정도 바람의 세기에 단련이 되었다.


입도 첫 해에는 제주의 바람에 많이 당했다. 사시사철 평온한 중부지방과는 달리 제주는 시시각각 날씨가 변했다. 4월의 가벼운 나들이에 갑자기 패딩을 입어야 했고, 차를 타고 달리는 20여분 동안 해가 쨍쨍했다가 폭우가 쏟아졌다가 다시 날이 개었다. 제주의 날씨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특히나 여름철마다 2~3번씩 지나는 태풍은 공포 그 자체였다. 첫 해의 태풍을 잊을 수 없다. 길거리에 나무가 뽑히고, 차가 뒤집어지고, 빌라 주차장의 천장이 무너졌다. 바람과 비는 어찌나 매섭던지. 소리만 들어도 무서웠다.


그렇게 제주는 매년 태풍을 맞는다. 육지에 살 때는 몰랐던 무서운 태풍을.



하지만 내가 4년 동안 살면서 겪은 제주는 태풍의 피해가 육지보다 크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육지보다 매스컴에서 덜 다루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제 체감상도 그렇다.


제주는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몇 주 전부터 온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대비를 한다. 바다의 배들을 묶어 놓고, 집 안팎의 날아갈 것들을 점검하고, 산 근처에는 둑을 쌓아 올린다. 바닷가 근처의 길은 모두 통제하고, 심지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좁은 오솔길도 테이프를 칭칭 감아둔다.


태풍이 오기 전부터 식량을 준비하고, 생필품도 챙겨둔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는 며칠은 길거리에 나다니지 않는다. 만반의 대비를 하고, 집안에서 고요히 태풍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마을 풍경이다. 물론 시골이기 때문에 가능하겠지. 시내는 또 다른 모습이겠지만.



어쨌든 내가 4년 동안 느낀 제주의 태풍 대비는 정말 완벽하다. 그래서 큰 피해 없이 무탈하게 매년 서너 번의 태풍을 지나 보낸다. 이번 태풍 카눈도 마찬가지로 잘 흘러 보냈다.



지금 육지를 관통하고 있다는데 새삼 걱정이 된다. 육지는 얼마나 대비를 잘하고 있으려나. 매년 겪지 않았기에 그 위력을 잘 모를 텐데, 평소와 같은 일상을 살고 있을 텐데 말이다. 부디 모두가 무사하길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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