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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pr 05. 2024

아이를 심심하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느린 아이를 위해 가정보육을 선택한 이유

  육아는 참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든지 노력을 하면 원하는 것을 얻었던 날들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의 뜻대로 주물러서 빚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본인의 그릇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초보맘은 미처 몰랐다.


  교육학 전공 수업에서 배운 이론도, 학원강사를 하며 익힌 실무 경험도, 육아서 100권을 읽으며 익힌 지식들도 통하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내 아이만'을 위한 맞춤은 없었다. 실전육아는 내가 직접 맞닥뜨려서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우리 은우는 세상이 정한 기준보다 2~3년은 느린 아이였다. 급하게 돌아가는 사교육 현장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살아온 학원강사 엄마는 그런 아이가 낯설어서 참 많이도 부딪쳤다. 여러 번의 넘어짐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 고비마다 참 많이 힘들고 아파했다. 그리고 그 오랜 넘어짐 끝에 '내 아이만을 위한 육아'를 고민하게 되었다. 세상과의 비교를 거부하고 내 아이만을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택한 방법은 바로 '가정보육'이다. 은우는 6살까지 가정보육을 하였다. 가정보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제주의 시골마을로 이주를 하였다. 맞벌이부부 생활로는 아이를 돌볼 수가 없어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온라인 사업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와 매일을 자연에서 뒹굴며 지냈다.


  또래와 비교를 하며 전전긍긍하는 대신 본인만의 속도로 자랄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언어 지연, 느린 발달, 사회성 부족, 의사소통 통미숙 등 느린 발달로 오랜 시간 방황도 하였지만, 양육방식을 바꾸자 내 아이만의 영재성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내 아이는 참 느리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긴 시간 가정보육을 하면서 지킨 규칙은 단 하나다. 바로 부모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는 것! 그저 '아이 스스로 세상을 탐색할 시간'을 주는 것에 집중했다.


  가정보육을 한다고 하면 홈스쿨을 떠올리곤 하는데, 내가 하는 것은 언스쿨에 더 가깝다. 집에 있는 동안 정해진 커리큘럼은 없다. 그래서 미술놀이, 음악놀이, 체육놀이, 한글놀이, 수학놀이 등 '놀이'라는 이름을 붙인 엄마표 학습을 시도해 본 적도 없다. 그 무엇이든 의도가 어떻건 간에 내 욕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아이의 성장에 다시 조급해질 것임을 알기에, 그저 욕심을 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활동성이 높은 유아기 아이를 데리고 잇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깥나들이를 매일 하였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많이 심심해하곤 했다. 가정보육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역시 "아이가 심심해하지 않느냐?"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가 심심해해도 놀아주지 않는다. 충분히 심심해하도록 그냥 둔다. 심심함에 몸부림치는 시간을 오히려 장려한다. 그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준다. 아이 스스로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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