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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ra 라라 Jul 10. 2024

덕질에 대하여

- 라라 소소 38


 ‘덕질’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사용되고 있다.


 '덕질'은 어떤 하나를 열성적으로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몰입해서 과하게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예인 팬들이 연예인을 따라다니거나 물건을 사거나 - 과하게 중복하여 여러 개를 사는 경우가 대다수다 – SNS로 끊임없이 찾아보고 바라보는 행동들이 덕질의 기본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주로 하는 배우를 좋아한다면,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경우도 흔하고, 좋아하는 배우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OP석(Orchestra Pit, 오케스트라 피트 좌석인데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공연에서 오케스트라가 앉아서 연주를 하는 무대 바로 앞에 있는 좌석이고 객석 바닥보다 낮게 안으로 되어 있는 공간을 말한다)에 앉거나 맨 앞줄, 1열 예매를 하여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좋아하는 배우만을 눈으로 좇기도 한다. (OP석이나 앞열에 앉으면 시야가 무대에 전체적으로 확보가 되지 않아 일반 관객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예매도 상당히 치열한 경우가 생긴다. 팬들이 많은 유명 배우가 공연하는 날이라든지 배우진이 좋아 마음에 드는 공연이 있는 날에는 그만큼 예매가 힘들어질 수 있다. 광클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그만큼 빠르게 마우스를 클릭해야만 예매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클릭에도 요령이 있다. 그냥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9시에 예매가 시작이라면 나름 9시가 땡 하면서 서둘러 들어가도 이미 예매는 늦어 버리게 된다. 내가 그랬다. 원하는 공연을 사수한 적이 별로 없다. 한 배우를 덕질하다가 공연 예매에 도가 튼 친구에게 비법을 전수받았다. 물론 비법을 전수받은 것과 예매에 성공하는 건 조금 다른 얘기 기는 하다. 아무튼,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 (초시계 등등) 준비를 미리 하고 있어야 한다. 일찍 예매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예매 시작 시간이 되기 전에 여러 번 새로고침을 하면서 창이 바뀌는 데 몇 초가 걸리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새로고침 시간을 알았으면 인터넷으로 시간의 초침까지 알려주는 사이트 창을 띄워 놓고 카운트 다운을 한다. 3,2,1, 시작! 1과 동시에 새로고침을 누르는 게 아니라, 앞서 확인해 놓은 새로고침에 걸리는 딱 그 시간만큼 1이 되기 전에 새로고침을 눌러야 한다. 그래서 1이 되면서 동시에 새로고침이 되어 있어야만 원하는 날의 예매율을 높일 수 있다. 예매 순서를 잘 인지하고 있고, 그 순서대로 바로바로 클릭하는 노련함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예매율을 높이고 그다음에는 원하는 자리를 공략한다. 사실 자리만 잡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결제까지 빠르게 마무리가 되어야지 티켓을 얻을 수 있다. 결제에서 버벅거리다가 튕겨 나가면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내가 선택한 자리를 가져가 버린다. 정말이지 냉혹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사이트별로 결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트에서 예매가 가능한 다른 공연으로 미리 결제를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게 뭐라고 예매 대기를 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바닥에는 땀이 다 난다. 미리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보며 연습을 하기까지 한다. 많이 하면 할수록 빨라지기는 하는데 이렇게 치열한 티켓을 선점하여 더 높고 비싼 값으로 몇 배는 부풀려 판매하는 사람들(리셀러)이 있다고 하니 그 사람들,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진정한 팬이라면, 덕후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비싼 금액으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을 보는 게 맞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리셀 플랫폼을 통해서도 암표 거래가 많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또 공연 티켓 예매뿐 아니라, 유명한 가수나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에서는 이들의 새로운 앨범이 나오면 앨범의 구입 개수를 가지고 쇼캐이스나 팬미팅 자리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이러니 열 장이고 스무 장이고 뜯지도 않는 앨범을 구입하는 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익을 남기려는 마케팅에 질책을 해야 할지 덕질에 빠져있는 팬들의 팬심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상관없으면서 왜 이런 말을 하냐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랑하는 지인들이 덕후 호칭을 듣는 이들이 꽤 있고, 나는 내 덕후 지인들을 사랑한다. 사람마다 돈을 쓰는 기준이 다를 것이고 행복을 느끼는 기준도 다를 텐데 이렇게 덕질을 함으로써 행복을 느낀다면 좋은 현상이라고 말해야 하겠지만 덕질이라는 것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고 그 뒤에 오는 허탈함과 현타, 현실에 대한 쇼크가 걱정이기는 하다. 덕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즈음을 왔다 갔다 해 본 적이 있어서 나도 그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마무리의 시간이 와야지만 경험할 수 있을 터이니 그냥 그 덕질을 응원해 주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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