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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30. 2024

아버지의 테니스 라켓

아버지에 대한 추억

오늘 테니스 레슨을 신청하고 왔다. 예전부터 테니스는 배우고 싶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아서, 쉬쉬하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알게 된 성당에 형제님 한 분(친하게 지내고 싶은 분)과 이야기하다 보니, 그분이 얼마 전부터 테니스 레슨을 배우면서 테니스 대회도 나간다고 이야기하길래, 내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테니스 치고 싶은 마음을 건드리게 되었다. 


"우와, 정말요~, 레슨 받는 곳이 어딘가요?"


"아네, 정말 생각 있으실 때, 다시 연락 주시면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3주가 지났나, 이제 연락을 해 봐야 될 것 같아서, 어제 그 형제님께 연락을 취하고, 다음 달부터 레슨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테니스 레슨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테니스 라켓이 있어야 하는데, 부랴부랴 테니스 라켓을 찾아보았다. '신발장에 놔뒀나? 어디 있지?'라고 한참 생각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정말 신발장을 열어보니, 우산 두는 옆 자리에 라켓 두 자루가 있었다. 


나는 보자마자, 라켓을 들어 올리며, "우와" 예전 생각이 났다. 그 라켓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아버지께서 쓰시던 것 하나를 받아 둔 것이었다. 손잡이를 잡으니, 먼지 가루며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퐉 들면서, 아버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1년 9개월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 테니스를 즐겨하셨던 아버지였다. 70세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테니스장에 출근하시며, 노년의 여유를 테니스로 즐기시던 분이셨다. 구력이 무려 40년도 더 넘지 싶다. 아마 내가 어릴 적 기억부터, 아버지께서는 테니스를 치셨고, 어릴 때 기억 중에, 아버지께 테니스를 어깨너머로 보고, 몇 번 같이 쳤던 기억도 있다. 내가 늦게 결혼해서 늦게 안정을 찾아서 그렇지, 결혼하고 나서는,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테니스장에서 같은 복식조로 대회에 한번 나가 보는 것이 한때는 로망이었다. 하지만, 결혼 초기가 영어 공부방 오픈하고 안정기를 찾는다고 정신없이 10년간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에, 공부방에서 확장해서 학원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이제 여유를 좀 찾나 싶었으나,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는,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면 거의 매일 테니스장에 가신 것 밖에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테니스 하면 아버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반대로,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나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답은 아이들이 알 것 같으니까, 나는 이 정도로 생각하고 싶다. 


 




아버지가 주고 가신 라켓을 보니, 줄도 한 번 갈아야 되고, 손잡이 그립 부분도 교체해야 할 것 같아서, 그 테니스 레슨하는 곳에 연락해서, 줄과 그립 부분을 교체하러 갔다. 레슨비도 결제할 겸 해서 갔는데, 줄을 갈려고 라켓을 건네받으신 직원분이, "와, 이 라켓 엄청 오래된 거네요?", "네, 아버지께서 쓰시던 겁니다."라고 답하면서, 옛날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한참을 이야기하니, 또다시 아버지가 그리워졌다. 



이번 추석 때에, 아버지 산소에 갈 때, 이 라켓을 들도 인사드리러 가봐야겠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실 것 같다.


#몹글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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