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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Dec 06. 2023

초3 아들, 여친이 생겼어요

아들과 마음으로 소통한 경험

지난주 토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위해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내랑 아들이 쏙닥 쏙닥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궁금했지만, 출근 준비가 바빠서 가까이 가서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러고 좀 있으니, 와이프가 이내 나에게 이야기한다. 


"시완이, 혜인이한테 고백받았데요."


"어, 정말? 언제?"


"어제 금요일에요." "예전에는 그렇게 호감 가는 타입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대화가 오가고 있는데, 이내 초3 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자기도 고백받아서 좋은가보다. 얼마 전부터 엄마에게도, 혜인이가 좋다고 아들도 얘기했다고 한다. 


아들이 좋아하고 있는 여자 아이에게서, 고백을 받은 것이었다. 내가 어릴 때, 그런 적이 없어서 내가 흥분되었다. 


"시완아, 답 해 줬어?" "여자친구에게, 너무 기다리게 하는 거 아니다." "얼른, 답장해줘라." 등으로 내가 더 신이 난 것 같았다. 


이렇게 혼자 제일 많이 신나 하면서, 더 이상의 궁금함을 뒤로한 채 출근을 했다. 


저녁이 되어 퇴근해서, 물어보니, 연락은 했고, 사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더 신났다.


"나도 혜인이 정도면 괜찮지."


그렇다. 혜인이라는 친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한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면서, 와이프랑 그쪽 엄마도 많이 친한 사이여서, 이름이나 그 아이에 대해서 많이 듣고 지내 온 아이였다. 


나도 어릴 때 봤을 때는,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 공간에서 놀아도, 서로 스타일이 달라서 같이 잘 놀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 어떤 포인트에서 서로에게 호감이 더 갔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시완아, 혜인이가 왜 좋아?'라고 물어보지는 못했다. 


아들이 처음 사귀는 여자친구가 생겨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왜 초등학생들은 그런 이슈가 생기면, 서로 먼저 놀리기가 일쑤이지 않나. 우리 어릴 때, 혹여라도 주변에서 초등학교 친구들끼리 사귀게 되면, 누구든지 먼저 찾아가, "얼레리, 꼴레리~얼레리, 꼴레리~" 이런 변죽을 늘어놓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들이 월요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도 걱정이 되었다. 


아들도 처음 사귀는 여자친구여서, 신경이 쓰이는지 '커플 팔찌'를 사고 싶다고 해서, 문구점까지 갔다 왔다. 그렇게 신나 하는 아들을 붙잡고, "아들, 들어봐. 월요일 학교 가면 반 친구들이 놀릴 수 있어." "응"


"친구들이 놀리더라도, 네가 혜인이를 챙겨줘야 돼. 사귄다는 얘기는 네가 좀 더 그 친구를 케어해 줘야 된다는 뜻이야. 알았지?" 


"응." 아들은 그 정도는 다 생각하고 있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있다는 투의 대답을 했다.


믿음직스러웠지만 이내 걱정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어 아들 등교 준비시키는 순간에도, 오늘 학교에 가서 별일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컸다. 아들은 월요일 아침이라, 여자친구, 사귀자고 한 이후에 처음 보러 가는 날이기 때문에, 얼굴에 신이 난 것 같았다.



월요일 오후였다. 아들이 한땀 학원에 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학원에 등원했다. 


"시완아, 오늘 학교에서 괜찮았어?" "응"


"친구들이 놀리지?" "응"


"괜찮았어?" "응"


표정이 좀 애매한 표정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놀림을 받은 거 같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꼬치꼬치 캐 물으면, 마음이 더 불편할 것 같아서 그만했다. 


그래도, 한 시간 영어수업은 그래도 신나게 잘하고 보낸 거 같아서, 내 마음도 좀 낫다.




그다음 날 등교 준비시키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없지만, 아침에 아들 씻고 나서 옷 입으면, 자고 나서 헝클어진 머리 때문에, 내가 의식을 치르듯이 머리 드라이 해주면서, 머리에 빗질을 해준다. 그러고 나서 등 마사지를 를 몇 분간해 주면서, 오늘 하루 잘 보내고 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얘기하면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까 봐, 이야기를 조심히 했다. 


그냥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얘기했다. 


'아들, 여자친구 사귄다고 혹시나 친구들이 놀리고 하더라도, 너무 마음 상하지 마. 아빠, 엄마가 옆에 있잖아. 그냥 좋아하는 마음 있으면, 사귀고 혹시나 마음이 불편하면 그만하면 되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마.'


이렇게 마음속으로 아들을 응원하면서, 등 마사지를 마무리하면서,


"자, 다 했다. 출발." 이러는데, 아들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내 볼에다 진하게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난 속으로, '엉,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소리를 아들이 느꼈단 말인가?!'하고 내심 놀라며, 아들을 배웅했다. 


"아들, 재미있게 지내고 와!!"


아들이 에레베이트 타고 내려가는 걸 보고, 거실로 들어오면서, 그 날은 웬지 아들과 마음으로 소통한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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