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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Dec 05. 2023

결혼 11년 차 아내를 사랑하는 법

시들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기

지난주는 결혼기념일이었다. 결기 11주년이었다. 지난해 10 주년하고 금세 1년이 지났는지, 결기 11주년을 맞이했다. 날짜는 대충 이 맘 때다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당일과 그전 며칠 동안, 학원 일로 너무 바빴다. 그래서 뭘 준비할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일이었나? 나의 가족 단톡에 수녀님 누나께서 "결혼기념일 축하해~"라는 간단한 메시지가 업데이트된 것이었다. 누나가 결혼기념일을 아는 이유는, 내가 아내에게 프러포즈한 장소가, 누나가 부산 수녀원에서 있을 때, 바로 그곳에서 프러포즈를 했기 때문에 누나도 그날을 기억하고 우리의 결혼을 누구보다 기뻐해주었기 때문에, 누나가 먼저 우리의 결기를 축하해 주었다. 


난 그 문자를 보자마자 '허걱! 이거 어쩌지? 뭐라도 준비해야 하는데?'라며, 학원 수업을 하면서,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일 하고 있는 그 시점에 어디 나가서 선물도 살 수 없는 노릇이었고, 그래서 생각난 게, 단골 꽃집이었다. 와이프에게 결혼하기 전에도 로즈데이는 챙겼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로즈데이나 기념일 같은 날은 기본적으로 꽃바구니나 꽃다발을 준비하곤 했었다. 그래서 나름 자주 꽃을 주문하기 때문에 나름 단골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연락은 아주 오랜만이다. 1년은 되었지 싶다. 그 이유는 작년쯤에 아내가 "이제는 꽃 선물은 하지 마요."라고 얘기하길래, '이젠 식상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주문하기 전에 잠깐 고민했었는데, 지금 다른 대안도 없고, 오랜만에 꽃 바구니도 선물하고 싶어서, 사장님께 연락을 했다. 그런데, 내심 걱정은 했다. 그 이유는 내일이 결기인데, 미리 며칠 전에 주문해야, 싱싱하고 이쁜 꽃들이 많은데, 당장 내일이 장날이니까, 우선 선물이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사장님께서도 워낙 오래 거래해 온 터라, 카톡 내용이 일사천리이다. 


'원장님 꽃바구나로 할까요? 꽃다발로 할까요?'


'가게에 남아있는 꽃으로 가능한 거 해야 안 되겠어요?'


'둘 다 가능합니다'


'그냥 사장님께서 생각하시기 괜찮은 걸로 해 주시고 가격 보내주세요.'


'네~' 하고 급한 카톡은 마치고, 좀 있으니 금액 안내와 꽃 바구니 메시지를 요청하셨다.


잠시 고민하다가, 

"11th 결기예요! 11년 차 되니 다시 자기에게 프러포즈하고 싶네요 ㅎㅎ

다음 생에도 나랑 결혼해 달라고는 안 할 테니..


이번 생애만이라도 더 아끼고 더 사랑합시다

결기 축하해요.


고맙고 사랑해요


-아내 덕분에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남편이-


라고 카톡으로 보내니, 사장님께서도 다 아시는지, "네 ㅎ"라고 하신다.



 




이렇게 주문을 급하게 하고 그다음 날이 되었다. 토요일이었는데, 토요일은 좀 늦게 출근하게 되는데, 때 마침 출근 준비할 때, 꽃이 배달되었다.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꽃 주문했어요?" "네~"라고 대답하고 와이프의 분위기를 살피니, 그리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꽃주문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꽃바구니를 받고 나서, 메시지를 보고 기분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말 안 해도 안다. 왜 여자분들이 꽃을 싫어하는지, 시들면 버릴 건데, 왜 거기에다 돈을 쓰냐?! 이런 생각들을 보통 가진다고 한다. 나는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꽃은 시드는 건 맞지만, 꽃을 선물할 때는 시드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꽃 선물 할 때 만 큰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고 관심인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꽃 선물은 마음과 관심이다"


이렇게 해서, 11년 차 결기를 작게나마 누릴 수 있었고, 오후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일요일에, 아내가 대뜸, "아, 트리 보고 싶다." 이러는 것이다. 


나는 "어디?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몰라, 그냥"


이런 말을 하니, 나는 바로 인스타로 가서, 급검색을 했다. 


#겨울여행 #트리 #대구트리 #대구크리스마스.... 이렇게 치니, 어디 한 군데 대형트리를 배경으로 한 동영상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부산이었다. 네비를 쳐 보니, 편도 2시간. 벌써 오후를 접어들고 있는 시간이라, 조금 늦었나 싶었는데, 계산을 해 보니, 두 시간 차를 몰고 가면, 해가 질 것이고 초 저녁쯤이면, 조명은 더 예쁘겠다 싶어서, 


"자기야, 부산 가자!"


"엉, 이 시간에?"


"그래, 오히려 시간이 괜찮을 것 같아"


그런 얘기를 나누고, 바로 준비해서 구미에서 부산으로 바로 튕구었다. 


도착지는 어느 호텔 앞이었는데, 호텔 조형물로 설치된 것인데, 어느 정도 주민들에게 개방해 놓고 있어서, 입장하기에는 괜찮았다. 예쁘긴 예뻤다. 





아내의 한 마디에 한 달음으로 달려온, 부산행 여행.


이 맛에 결혼 11년 차지만, 아내에게 집중하며 생활하고 있다. 


행복은 관심과 집중이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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