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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09. 2024

조절

나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나는 원래 성격이 급했다. 성격이 급한 만큼 뭔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도 잦았다. 우리 집안 가족들 전체적으로 성격도 예민한 구석도 있다. 어린 시절에 나는 대외적으로 '아주 착한 아이'였다. 국민학교에서부터 중3까지 줄곧 학급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하면서, 주변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범생이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집 안에만 들어가면, 성격이 변했다. 왜 그렇게 집에만 들어가면, 짜증이 나고, 아빠, 엄마가 뭐라 하시면,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듣기 싫었는지, 사춘기를 지날 때는, 짜증이 절정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군대를 제대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차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조금은 성격이 수그러졌지만, 기본적인 급한 성격과 짜증 나는 성격은 고칠 수 없었다. 물론, 밖에만 나가면 '착한 아들', 집에만 들어오면 '짜증 내는 아들'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런 나의 객관적인 모습도 보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와중에, TV에서 공익광고 같은 영상을 본 것이 기억난다.


정확한 상표 이름은 모르겠으나, 아마 에너지 음료 박쿠스 제품 광고였던 거 같다. 광고 내용은, 밖에서는 완전히 천사 같은 얼굴로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어색함이 없고, 친절한데, ㅣ집에만 들어오면 피곤해하고 엄마에게는 짜증만 내는 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 광고를 보고 있으니, 나의 모습이 거울 속에서 비치는 느낌이었다. '아, 내가 너무 집에서는 왜 이리 못난 아들이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때 결심했다.


'밖에서 하는 만큼, 집 안에서도 하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려면, 짜증부터 내지 않아야 했다. 심호흡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시도는 정말 처음이었다. 그 짜증에 대한 마음을 조절해야 했다. 물론, 원래 가지고 있는 급한 성격을 하루아침에 바로 고칠 수야 있겠냐만은, 조금씩 조금씩 조절해 보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자, 가족들도 조금씩 그런 노력들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너무 뿌듯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짜증을 덜 낸다는 뜻이지, 짜증이나 욱하는 성격이 싹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흘러, 결혼을 하게 되었다. 와이프와 연애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서, 연애할 때는, 내 욱하는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이 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100% 맞추어 주었기 때문에, 성격을 숨겼다기보다는 성격을 드러낼 시간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되고, 정말 잘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결혼을 약속했으나, 나의 원래 성격은 이내 곧 드러나게 되었다. 


신혼 초에는 정말 많이 싸웠다. 연애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서,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를뿐더러, 서로에 대한 이해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기 생각만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기가 살아왔던 방식을 서로에게, 자기를 이해해 달라는 어조로 서로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싸움이 잦았고 나 또한 나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짜증도 내고 화도 많이 냈다. 


어느 날은 그렇게 다툴 일이 있었는데, 다투면서 아내에게 고함도 지르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내와 한참 다투고 잠시 휴전 중일 때, 조용히 방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도 화가 난 상태라서, 와이프에게 다 보질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니, 문 틈으로 뭔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우는 소리였다. 나도 마음이 상한 상태여서 가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조용해지더니, 잠이 든 것 같았다. 방 문을 조용히 열어보니, 눈물을 흘린 채, 잠이 든 모양이었다.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서 불이 꺼진 거실에 혼자 앉아, 조용히 생각해 봤다.


'이런 결혼 생활이 맞나?'


아니었다. 내가 자리도 제대로 못 잡아 결혼도 늦게 했고, 어떻게 보면, 지금 와이프가 나를 구제해 준 건데... 싶었다. 그때 결혼 생활에 대한 나의 입장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 바뀌자! 행복하게 해 주려고 결혼하자고 했는데, ' 내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조전 아내에게 맞추자!라고 생각했고 내 마음을 조절해야 했다. 그 당시 아이들도 한 두 살씩 나이를 먹고 있어서, 어린아이들한테 까지 나의 짜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욱 올라오는 감정도.... 가라앉혀야 했다. 감정 조절을 해야 했다. 참아야 했다. 처음부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 아이, 어렸을 적에는 아이한테도 화도 내고 했다. 매번 그러면 완 된다고 나를 다 그치고, 반성하고, 다음 그런 비슷한 경우가 오면,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추스르고,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말 정말 신기하게도, 짜증이 사라졌다. 욱 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지금은 마음이 고요한 상태이다. 오히려 감정이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물론, 전문가가 보면, 오히려 감정이 있어야 된다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평상시에도 다운 톤으로 이야기하고, 아내와도 그렇게, 아이들과도 그렇게 다운 톤으로 이야기한다. 아이들한테 큰 소리도 안 내려고 한다. 이제는 노력하지 않아도 차분한 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나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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