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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겨를 May 03. 2021

공예가가 바라본 일과 삶

과정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

나는 10년 가까이를 가죽공예와 함께했다. 처음 지갑을 만들었던 그 뿌듯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내 손으로 만든 지갑을 손에 꼭 쥐고 보고 또 봤던 기억, 어쩌면 그 기억으로 지금까지 쭉 가죽공예를 이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가죽공예뿐만 아니라 나는 어렸을 적부터 손으로 만드건 꾀나 익숙했다. 초등학교 때는 매번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서 코끼리 찰흑을 하나 사들고 집에 와서 각종 동물들을 만들었고 레고나 과학상자 등등 손으로 만드는 건 무엇이든 좋아했다. 지금도 나에게 가죽공예가 그 정도의 재미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누군가 물어본다면 사실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왜인지 이 일을 평생 하고 살 것인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별로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 같다.


공예를 하는 삶은 ‘일’과 ‘삶’이 평행선처럼 일치될 수 있는 무언가 힘이 있다

자주 보았던 프로그램 중 ‘100년의 가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몇 대에 걸쳐 한 업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들이 나온다. 그중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그 모습들이 그저 너무 멋져 보였고 나도 그런 일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00년의 가게’ 프로그램중 우산 장인 마리오 탈라리코


고된 노동을 몇십 년씩 이어와도 자신의 일에 불만 없이 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예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어떠한 사명감 같은 것을 갖고 있다. “나는 이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해”하는 무언의 다짐을 마음속 한편에 담고 있는 것이다. 그건 어떠한 목적도 어떠한 결과를 위함이 아니다. 목적도 결과도 필요치 않은 다짐은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다짐은 나게에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주고 그 원동력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목표, 즉 돈을 필요한 만큼은 안겨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은 꾸준히 나아가는 방향에서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는 한편에 항상 생각해 두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일은 삶에 포함되어 있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 생각한다. 일에 지배되지 않고 삶 속에서 일할 수 있는 비법은 결과를 저 한편으로 밀어 놓고 과정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자신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 일인지 나는 10년간의 가죽공예를 해오면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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