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 브랜드 마케터의 일본과 미국 팝업 경험에서 얻은 것들
올해 3월은 나에게 아주 의미 있는 달이었다. 월 초에는 일본에서, 월 말에는 뉴욕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담당은 아니지만 평소 대표님들께 해외 출장에 대한 열의를 적극 어필했던 결과 갑자기 선물처럼 미국 출장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역시 인생은 말하는 대로...) 아무튼 모처럼 각각 다른 시장의 고객님들을 같은 달에 만나고 온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기록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AMZ 페스타에 부스로 참여했고, 미국에서는 뉴욕 소호의 샵을 빌려 단독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팝업의 형태는 조금 달랐지만 메인으로 푸시한 제품과 SNS 팔로우 이벤트 운영 방식은 두 시장 모두 동일했다. 하지만 도쿄와 뉴욕에서 만난 글로벌 고객님들의 특징은 그 거리만큼이나 너무나도 달랐다!
신중한 일본, 적극적인 미국 - 다가오는 방식의 차이
우선 가장 명확한 차이는 ‘고객이 다가오는 방식’이었다. 먼저 도쿄의 팝업은 한마디로 차분했다. 고객들은 부스를 지나치며 천천히 눈길을 주거나 멀리서 관찰하다가 신중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진열된 제품들에 관심이 있어도 가볍게 테스트해보시지 않았기 때문에 근무자가 먼저 말을 걸고 테스트해드리는 게 매우 중요했다. 지나가는 분들께 어떻게 한 분 한 분 우리 제품을 테스트해보시겠냐고 눈을 맞추고 웃으며 물어보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반면 미국은 고객님들의 텐션이 전혀 달랐다. 혼자서 밖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팝업스토어 안으로 부담 없이 들어왔고, 일단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제품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근무자에게 질문을 정~~~~ 말 많이 했다. "너희 브랜드를 소개해줘", "이 제품은 뭐야?"와 같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질문 외에도 “내 피부엔 어떤 게 맞아?”, "너의 스킨케어 루틴은 뭐야?"와 같이 스킨케어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또한 제품 사용감에 대한 피드백도이나 브랜드의 철학이나 원료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향이 안 나서 좋은데, 향료 안 들어간 거야?”, “이건 무슨 오일이야?”, "너희 비건 브랜드야?"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다. 브랜드가 제품을 만들 때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졌는지를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 했고, 그것이 구매 의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고객과 직원 사이의 거리감이 훨씬 짧고, 대화 중심의 경험 구조가 팝업스토어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일본은 독특한 제형, 미국은 브랜드의 철학 - 각기 다른 WOW 포인트
제품에 대한 반응 포인트도 흥미로웠다. 일본에서는 버블 타입 세럼의 독특한 제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손등에 제품을 올려드리면 흥미로워했으며, 함께 온 친구에게 보여주며 제형과 사용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텍스처 자체가 고객 경험의 핵심이었고 브랜드 철학보다는 ‘처음 써보는 감각’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느낌이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제형보다 제품의 ‘철학’이 더 큰 와우 포인트였다. 무향료, 불필요한 성분의 배제, 원료 고유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 등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행동의 패턴에서도 두 시장은 꽤 달랐다. 미국 고객들은 체험 후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었다. 내 체감상으로는 응대 고객의 50% 정도는 모두 구매를 했다. 심지어 카드로 결제할 경우 텍스가 붙어 조금 더 비싸지는데, 그 부분에서도 굉장히 쿨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본 고객들은 구매보다는 우선 정보를 챙겼다. 피부 타입 테스트를 받은 후 리플릿을 받아가고, 샘플을 받아 사용한 뒤, 이후 구매처의 행사 일정에 맞춰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지갑을 여는 허들은 확실히 미국보다 일본이 높다는 게 느껴졌다.
명확한 보상이 있는 이벤트에는 두 시장 모두 매우 긍정적!
많은 차이점이 있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바로 SNS 팔로우 이벤트에 대한 반응이다. 일본과 미국 모두 무료 샘플 나눔 이벤트에는 대부분의 방문 고객이 참여헀다. 명확한 보상이 있었기 때문인지 복잡한 설명 없이도 이런 이벤트를 합니다~ 정도의 설명에 모두 팔로우 버튼을 눌러주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의외로 일본 고객님들이 '주소 공개'에 오픈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도쿄 현장에서 준비한 이벤트 경품이 품절되어 경품을 자택으로 보내드리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 왠지 일본 고객님들이 개인정보 공개애 민감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주소 취합만 2천 건이 넘게 들어왔다. 부스를 방문한 90%의 고객들이 모두 기꺼이 주소를 남겨주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놀랍고 재밌었던 결과였다.
마치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두 거대 시장에서의 팝업스토어를 열어보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시장의 확장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왔던 것, 잘됐던 것들에 매몰되지 않고, 아예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진출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언어, 문화, 소비자 태도까지 전혀 다른 두 도시에서 브랜드를 소개하고 고객과 눈을 맞추며 대화한다는 건 마케터로서도, 또 나라는 사람 개인적으로도 꽤 깊은 울림을 주는 일이었다. 같은 제품으로 도시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반응을 관찰하며, 브랜드의 어떤 면이 어디서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던 시간. 이 모든 경험들이 앞으로의 전략에, 또 다음 해외 출장 기회가 찾아왔을 때의 나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