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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자라 Jul 08. 2023

서점과 서재를 통해 브랜드 미션을 충실하게 녹여낸 공간

후쿠오카 야즈혼야(やず本や) 공간 소개

브랜드가 이야기하는 ‘메시지’와 현재 가고 있는 ‘운영 방향’이 일치하는 일관성 및 진정성이 있는 브랜드가 사랑받는 시대입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한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프리’ 팝업스토어를 시도한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나, ‘부모로서의 삶을 더 쉽고, 멋지게’라는 브랜드 미션을 ‘100% 재택’이라는 내부 브랜딩으로 보여주고 있는 육아용품 브랜드 코니의 사례 또한 브랜드 미션을 기반으로 내린 의사결정인 것으로 보여 더욱 브랜드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방문했던 후쿠오카에서도 일관성 및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공간을 발견하게 됐는데요, 바로 서점과 서재를 합친 흥미로운 공간인 ‘야즈혼야(やず本や)’입니다.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하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야즈혼야(やず本や)는 건강식품 브랜드인 ‘야즈야(やずや)’에서 만든 서점 및 서재 공간입니다. 야즈야는 ’고객의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하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라는 브랜드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야즈야에서 만든 야즈혼(本)야의 경우 ‘책(本)’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겠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렇다면 왜 책이었을 까요? 그 이유는 야즈야의 특별한 사내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야즈혼야의 모기업인 야즈야에는 [지금의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일본 제일의 책을 읽는 회사가 된다]를 목표로 매일 아침 15분간 책을 읽고 전 사원이 감상이나 깨달음을 공유하는 독서의 문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지식이나 새로운 발견을 주는 ‘책’을 고객에게도 제공하는 형태로 ‘삶을 더 풍요롭게’라는 브랜드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서점 및 서재’이라는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야즈혼야의 공간

이곳에는 고객이 책을 접할 수 있는 두 가지 형태를 공간을 통해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1층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을 구매하여 읽는 것, 또 하나는 2층 서재 공간에 보관되어 있는 약 1만 권의 책을 월간 이용권 혹은 1일권을 구매하여 읽는 방법입니다.

1층 서점 공간
2층 서재&라운지 공간

정기 회원권의 가격은 기본 14,300엔 + 입회 수수료 3,300엔을 더해 첫 달 등록 비용은 17,600엔입니다. 이렇게 입회할 경우에는 1층 카페에서 판매되는 음료를 서재에서도 제공받을 수 있고 테이크 아웃도 가능합니다. 회원 등록 없이 공간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1일권도 있습니다. 3,300엔의 금액을 지불하면 서재 공간을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데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책을 구매하면 일정 시간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됐었는데, 현재는 3,300엔의 1일권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원권을 구매할 경우 월 14만 원 정도의 고정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깔끔한 공간이 주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일상생활 및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1만 권의 서적, 그리고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 서비스 등을 미루어 볼 때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포인트

저는 이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네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었습니다.


1. 큐레이션 - 브랜드 미션을 바탕으로 한 뚜렷한 기준

번화가에 위치한 대형 서점의 경우 구매 목적의 고객,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잠시 방문하는 고객, 단순 구경이 목적인 고객 등 니즈를 특정할 수 없이 매우 다양한 유형의 고객이 방문합니다. 그러므로 구비된 서적 또한 거의 모든 카테고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야즈혼야의 경우 크지 않은 규모의 서점을 한 바퀴 돌아보면 단번에 이 서점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매할 책을 선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 미션인 ‘삶을 풍요롭게’를 테마로 취미나 건강, 지적 호기심이나 커리어 등 인생의 힌트가 되는 책과 잡지들을 큐레이션 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기준(브랜드 미션)을 가지고 큐레이션 하기 때문에 신작이나 베스트셀러 위주의 진열이 아닌, 발간 시기가 몇 년 지났더라도 큐레이션 주제에 부합하는 책이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최신 발간 도서가 아님에도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

뿐만 아니라 매장 한편에는 ‘스탭이 고른 올해 중에 읽고 싶은 1권’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실제로 직원들이 달아둔 코멘트도 참고하여 책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코너보다 눈에 띄는 진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코너에 있는 책들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서점에서 큐레이션 된 주제 안에서 만큼은 발간 시기와 상관없이 가장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같은 것도 들었고, 여러모로 대형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디테일함이 느껴 저서 좋았습니다.

스탭이 고른 올해 중에 읽고싶은 1권 코너


2. 크로스셀링 - 모기업 제품을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브랜드 미션을 충실히 수행

1층의 서점 한편에는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카페 공간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음료 및 음식은 2층 서재공간에서도 취식이 가능합니다. 카페에서는 일반 커피뿐 아니라 모기업인 야즈야의 음료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흥미로웠던 포인트는 브랜드 미션 중 일부인 ‘몸을 건강하게’를 모기업인 야즈야의 제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야즈혼야는 책으로 챙기는 ‘마음’의 건강뿐 아니라 ‘몸’의 건강까지 함께 제공하면서 결과적으로 ‘삶을 풍요롭게’라는 브랜드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카테고리에 있는 야즈야(やずや)의 제품들


3. 위치 - 고객이 찾아오는 형태의 서비스

야즈혼야는 텐진 근처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점뿐 아니라 서재라는 공간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됐을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볍게 들르는 공간이 아닌 니즈를 가진 사람이 알아서 찾아오게 만드는 공간인 것이죠.

제가 직접 방문해 본 바로는 확실히 접근성이 좋은 시설은 아니었습니다. 나름 중심부인 나카스 카와바타 역을 기준으로 버스를 통해 한번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고, 야즈혼야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역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히로오 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평일 오전 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재 공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 재택근무 혹은 공부, 개인 작업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4. 운영 시간 - 고객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수 있게

이곳의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일반적인 서점 대비 오픈시간이 빠른 편입니다. 이와 같은 운영시간으로 야즈혼야에서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을 모객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 방문하는 고객의 경우,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이곳의 서재 공간을 이용하며 자신만의 아침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행했던 미라클 모닝도 이곳에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과시간(9-6)에는 작업공간이 필요한 프리랜서나 기타 직업인들, 독서가 취미인 프리터 등이 이용할 수 있겠죠, 그리고 저녁시간(6-9)에는 퇴근 후 자기개발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고객에게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행객에도 추천할 수 있을까?

일단 저는 이곳에서 발표자료 준비를 위해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었는데, 업무 목적으로는 매우 쾌적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금인 여행객의 경우 굳이 일 3,300엔의 가격을 지불하고 1일권을 구매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행객보다는 후쿠오카에서 워케이션을 보내고 계시거나, 출장 중 업무 공간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치며

전체적으로 서재의 공간만 놓고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스터디카페나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들이 생각나는 인테리어였는데요, 여기서 차별점은 이곳에서는 무려 1만 권의 서적을 함께 구비하고 았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많은 종류의 책을 참고하면서 작업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도서관에 가자니 음료 반입이나 식사가 불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적들을 열람하며 노트북을 두드리기가 눈치가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공간에서 음료는 물론 식사까지 할 수 있으며, 2층 라운지에서는 자유롭게 전화나 줌 미팅등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데시벨 조절은 필요하겠죠) 한국에서도 이런 공간을 찾게 되면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후쿠오카 시내에서 조용히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여 찾아보게 된 곳인데, 작업 중 둘러보니 브랜드 미션을 기반으로 잘 구성된 공간인 듯하여 야즈혼야의 이용 경험이 더욱 즐겁게 남게 된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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