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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Oct 26. 2023

소설은 잘 모르겠다

소설은 잘 모르겠다.

이걸 전공한다고 대학원에 왔지만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 같다.


나는 학부 때부터 기초소양이 부족하다 느꼈기에 고전문학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래봤자 아직 못 읽은 책이 너무나 많지만, 나는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고전을 내 나름대로 장르처럼 재미를 찾아 읽었다. 그렇게 옛사람에 익숙해져있다가 이제 오니, 등단이라는 목표는 생겼고, 트렌드를 알아야한다는 소목적이 생겼다. 나는 그렇게 최신작들을 읽어야했다.


어떤 것은 소설이고 어떤 것은 소설이 아닐까.

스터디를 하고 수업 합평을 들으면 내 생각이 너무 얕은 것이 아닌가 자괴감이 든다. 나는 이 소설에서 a를 읽으면 다들 못해도 W,V까지는 읽는다. 비평적으로 길어내는 시각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환호하는 목소리들, 안정된 문장과 독특함을 사랑하는 눈빛들을 보고있노라면 나는 내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너 저걸 충족시킬 수 있어?


모르겠다. 왜냐면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쓴 일이 없다. 있겠지만 지금 내기준에서는 다 내 속 이야기 끄적인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왜 이런 지지부진한 과정을 찌질하게 겪고 있는 걸까.  창피하다.


소설은 내 목소리이자 주파수였는데 세상에는 다양한 주파수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은 것마냥 나는 충격의 연속이다. 이런 감각을 느끼지 않아? 다들 나처럼 살지 않는구나. 근데 또 다들 나처럼 사는구나. 이쯤되니 나의 장점이라 이야기해준 합평들이 의심스러워진다. 외교적 언사였나. 


나는 불안해질 때 마다 내가 처음 소설을 계속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를 생각한다. 내가 보고싶은 이야기 내가 쓰려고. 책을 다 읽는게 아쉬워서 뒤로 몇장 다시 되돌아가면서 읽는 책을 쓰려고. 야, 니네 그 책 봤어? 나 어디까지 읽었는데 대박.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래, 내가 재밌으면 됐지!. 아 이렇게 또 현실에서 멀어진다. 현실에 발을 붙이면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교수님은 너무 건강한 정신은 창작자에게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이거 너무 파고들어도 안 좋고, 어찌해야합니까. 하긴 최근작들을 많이 안 읽은 주제에 이런 찡찡소리라니. 소학을 읽어 마음을 다스리자. 번뇌로 미칠때는 철학책을 읽어서 정신을 돌려야한다.


뮤지컬<타락천사에 관하여>에서 '그림은 잘 모르겠어'넘버가 있다. 꼭 그 마음이다. 남이 지적하면 지는 잘쓰나싶고(잘쓴다) 칭찬하면 의심스럽고(여즉 의심스럽다) 주님께 기도도 하고(주님은 개인의 욕망에 의한 기도는 팽하신다) 헛소리 진지하게 하는거나 요리하는 거, 설거지는 나 진짜 잘하는데, 왜 소설은 어려울까.


생각이 많으면 독하다. 그냥 쓰자. 내 파도가 올 때까지 계속 쓰자. 어느 순간 물장구에서 보드 위로 발을 올리는 법을 깨우치겠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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