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여자였고, 한국여자였다.
미국에 5주간 이모집에 머물었다.
이번 나의 미국 일정은 여행이 아니라, 미국에서 한달살기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늘 흔히 하던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이모집 그리고 이모가 운영하는 가게를 왔다갔다 하며,
나는 미국 여행자가 아니라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
이모와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서 밥을 해먹고, 이모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엄마와 쇼핑을 가거나
이모의 방에서 내 개인적인 업무를 보고 가게 문을 닫았다.
이모의 가게는 도심이 아니었다. 눈을 뜨면 앞에 호수가 보이고, 옆에는 말이 있는 목장이었다.
아침마다 말을 보며 양치를 했고, 세수를 했다.
내가 제주에 살면서 느꼈던 그런 여유로운 삶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내 일이 없는 곳에서 그런 여유로움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었다.
뭔가 뒤쳐지는것 같았고 도태되는것 같았다.
그래서 빨리 내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거의 십년만에 방문한 나의 이번 여정이
이모에게는 반가운 손님이 왔던 일정이었던지라,
나는 일정을 앞당기고 싶었지만, 앞당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대로 그 시간을 그대로 두었다.
어쩌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았고, 뒤쳐지는것 같았지만
나에게 이런 시간 또한 운명인것 같았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았고
그 순간을 즐겼다.
엄마랑 이모 가게 주변의 마트 쇼핑을 다녔고,
이모가게의 2층 카우치에서 직원들 몰래 낮잠을 자기도 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어쩌면 부러운 사장님의 조카였겠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눈치가 보였고, 불편했다.
하지만, 내가 제주에서 살다가 다시 서울에 온 것은,
외로워서였고, 나는 자연을 좋아하지만, 도심에서 살아야 하는 그런 도시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이모집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다시 느꼈다.
나는 뒷뜰이 있고 앞마당 정원이 있는 그런 집보다는,
복잡한 도심에서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나를 느끼며
살아야 안정감을 얻는 도시여자였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여행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가는 일정이다.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식으로 제공되는 비빔밥이 아닌 식사를 했다.
한 입 먹는 순간 깨달았다.
나는 도시여자였고, 한국 여자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