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지구를 구하러 온 고양이 때문이다
시작은 고양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집사가 되고 나니 동네 산책하는 강아지도 달리 보였다. 지인들 카톡 프로필에 고양이나 강아지가 등장할 때면 괜한 내적 친밀감이 들기도 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전봇대의 "OO를 찾습니다" 전단지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길가의 고양이가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번화가에 위치한 펫샵은 더 이상 귀여움보다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직장에서는 업무 특성상 매일같이 친환경 식자재를 다뤘다. 때때로 산지를 방문하기도 하고 공장 라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관련 지식을 공부하고 꾸준히 교육도 진행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해당 분야는 일상 안까지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살림을 맡게 된 것도 한몫했다. 분리배출, 장보기, 수도 가스요금 내기 등 크고 작은 집안일 속에서 생활의 기준이 생겨났다.
이 모든 건 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일상을 물들여갔다. 사소하게 시작한 실천은 보지 못하던 세계를 보게 했다. 넓어진 시야는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나'는 하루 한 끼 채식을 하고 친환경 제품을 선택한다. 환경과 동물복지에 관한 자료를 접하며 생각을 넓힌다. 때때로 편리함과 타협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포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여전히 지속 가능한 실천 속에서 사람과 동물, 자연이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꾼다. 부족했던 '오늘의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내일의 나'로 이어진다.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공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