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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그림엽서

by 김규성

검은 양장에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머리는 그물망사로 씌워 단정하다

처음으로 정성 들여 눈썹과 입술을 그려봤다

익숙하지 않아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그린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지 사람들 속에서 자라 나는 어디에 있는 누구인가

회사란 무슨 일을 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까

배우고 익힌 지식은 쓰일 수 있나


뒤죽박죽이고 정리하기 어려운 돌발과 새로운 말들이 존재하는 들판


버스기사의 생업 진동에 따라 몸이 들썩인다

피곤하고 지루한 하품의 노동과 노동할 자유를 찾아 나선 승객이 한 몸이다

예의 바른 문화는 높고 반짝인다

검은 정장에 흰색 받침 옷이 무난하다


바지 허리춤이 손가락 두 개 개 정도 줄였으면 싶고

신발은 반창고 살갗을 스쳐 아프다

단추 풀고 구두를 벋는다


가방에서 캥거루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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