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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북 Mar 26. 2024

지하철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오랜만에 본가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봤다. 증산역에서 장산역까지 부산 2호선의 거의 끝과 끝이다. 한 시간도 넘는 이 긴 시간을 열차에서 보내게 되면 잡생각이 안 떠오를 수가 없다. 가령 큰소리로 낚시의 장점에 대해 어필하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낚시터에서 저러면 물고기들이 다 달아나지는 않을까' 하고 혼자서 생각해 버린다.


의도치 않게 이런 생각들에 집중하다 보면 도착지에 거의 다 왔음을 문득 눈치챈다. 만약 집중에 성공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잡념이 머리에서 튕겨나가게 된다면, 두 정거장마다 현 위치를 확인하며 지루함에 빠져버린다. 산만함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힘든 상황이다. 같은 거리지만 이런 상황에 따라 빠르게 도착할 수도 느리게 도착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 선생님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상대성 이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는 않을까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보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는 것이 가장 알맞은 방법인 것 같다. 웬만한 공간에서는 일정 특징들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쉽다. 식당만 하더라도 음식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억지로 음식을 먹고 있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있다는 것 말고는 어떤 기준으로 묶기가 종처럼 쉽지 않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에 도착했는데, 문득 생각들이 말풍선처럼 머리 위에 떠오르는 세상이라면 제 옆 자리는 항상 비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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