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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희 Feb 03. 2020

상담자=평가자

https://brunch.co.kr/@manimanistar/104




우리는 상담을 받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확인을 했다.

부지런히 알아보고 고른 상담센터에서 적당한 상담사와 기본적인 대화와 "기나긴" 검사를 마쳤고, 

이제 진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확신이 없을 수도 있고, 불안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물론 직감일 수도 있고, 막연한 불안일 수도 있다. 

내가 마음이 불안하더라도 신뢰가 간다면 그곳에서 계속 진행할 수도 있고, 

만약 계속 불안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스로가 편안하지 않다면 상담받는 것도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편안해지기 위해 힘들게 시간을 내고 돈을 내고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그래도 불안하다면 돌아설 수 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건 잘못이 아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도망치고 싶은 것인지, 진짜 불안해서인지는 우리 자신이 더 잘 아니까 말이다.


여기서는 문을 열고 다른 곳을 찾아가는 것 말고, 그대로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의 상황을 이어가겠다.


이제 당신은 스스로 만들었던지, 누군가가 만든 곳에 갇혔던지 그 울타리를 나와, 

스스로의 보호막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당신은 나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만약 후자라면 그냥 상담자의 질문에 시작하는 방식으로 상담이 시작될 수 있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하지 말자. 

이제 상담자는 당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성향, 그리고 당신의 개인적인 관계들에 관해 당신이 알려주고 싶은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주의할 점은 상담자가 당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해서, 

친구가 된 것도 아니고, 

완전히 믿을 만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하자.

모든 내담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털어놓고 나면 기분이 가벼워지고 좋아지며, 

상담자와 가까워진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상담자는 평가자일 뿐이다. 

상담자와 의사들이 말하는 가짜 치료제 즉, 위약효과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초기 관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당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았거나 기본 인성이 모자란 상담자는 당신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문제를 가진 사람으로만 볼 수 있다. 


아직은 상담의 초반이며 상담자는 당신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당신을 평가하고 분류한 검사지로 당신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상담의 진행에 있어서 우위에 서려고 할 것이다. 설사 상담자가, 치료자가, 의사가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 지라도 그것은 사실이다. 

혹 나의 이런 입장이 '성실'한 상담자의 입장에서 보면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위를 선점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상담자와 내담자, 의사와 환자라는 수직적 관계와 상반된 입장은 결코 바뀔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내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순간, 내담자들은 쌓여있던 감정의 해소를 느끼지만, 

상담자와 치료자, 의사들은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그리고 이번 상담은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담자들은 상담자와 우위에 서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상담자를 분류하지도 않으며, 평가하지도 않고 그저 믿을 수 있는 안내자를 찾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담자와 상담자의, 치료자의, 의사의

절대 좁힐 수 없는 차이이다.

아들러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자유롭고 행복하지 못한 까닭은 

‘만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담자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자.

스스로를 존중하는 감정은 상담자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자.

그래서 행복해지자.






*위 사진은 2019년 10월 2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장에서 촬영했습니다. 작가명을 알지 못해 기재 못했으나 추후 알게 되면 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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