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아닌 진심이 어디 있으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수가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했다고 한다. 여성 공무원 5급 이상 비중은 30%를 돌파하였으며 특히나 작가가 살고 있는 대구의 경우는 그 비중이 전체 5급 공직자 1천120명 중 420명을 차지하며 37.5%를 기록해 전국 지자체 2위라고 한다. 보수의 도시로 알려진 대구에서 여성 공직자의 비율 이렇게 높게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언론은 3명의 여성 부단체장이 임명된 것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그중 한 부단체장이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진심을 다하니 주위에서 결국 알아주더라"
진심을 다한다 라는 말이 얼마나 주관적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에 대해 진심을 다했다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진심으로 일했다는 것도 성공한 사람한테만 어울리는 단어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도 공직에서 삼십 년 넘게 일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근무평정은 언제나 꼬였다. 선임이 되었어도 국 내의 다른 부서의 주무팀장으로 옮기지 못하였고, 한 부서에서 주무팀장으로 옮길 차례가 되었을 때에도 같은 부서에서 2년이 넘은 직원은 모두 전보 대상이라는 새로운 룰이 생기면서 다른 부서로 전보하게 되었다. 근무를 잘하고 있다가도 다른 부서에서 전보를 와야 하는 모 팀장 때문에 다른 부서로 가기도 했다. 그러다 작가한테는 인사가 잘못되었다면서 연말 인사에서 주무팀장으로 옮겨주겠다고 하는 과장이 다른 부서에서 주무팀장을 영입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차석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야만 하는 배신의 순간도 겪었다.
그렇게 직속상관한테 배신까지 당하고 나니 하루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휴직까지 하였다. 6개월 만에 돌아와 다시 근무평정 시즌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남들 일할때 쉬었다고 부서에서 2등을 준다. 후배 팀장에게도 밀린 것이다. 이렇게 되니 이번에 새로 배치된 실에서의 등수가 휴직 전 받았던 시청 전체 등수와 차이가 없다. 실망을 벗어나 그래도 하는 어리석인 기대마져 깨진 상황이라 이번 근무평정으로 인한 시 전체 등수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점점 승진의 기회는 멀어졌다.
이제는 부서장인 과장보다 선임이다 보니 같이 일하기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참고 일한다고 해도 상대가 불편해하는 하는 부분은 더 최악이다. 과장이 일을 편하게 시키려면 담당팀장 특히 수족같이 같이 맘을 맞춰 일해야 할 주무팀장의 경우는 좀 젊고 경력도 과장보다는 낮은 사람이 편한 법인데 이제 나는 다시 편한 사람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이제는 본청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진심을 다해서 일했어요"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말해봐야 "그럼 왜 그 정도밖에 직장에서 승진하지 못했어?"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다. 한 조직내에서 나는 운은 이제 다한것 같다. 사무관까지가 한계인가 보다.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다시 일에 열정을 갖는게 두렵다. 그로인해 욕심이 생길까 봐 그래서 더 다칠까 봐.
인정욕구 때문에 괴롭다. 인정을 받음으로써 나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은 끝이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잘라내기가 어렵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남들과 같이 살고, 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인정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법이다. 타인의 인정이 나의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거니와 거기에 가치를 두는 순간 영원히 마음의 평화를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의미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다. 의미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삶 속에서 의미를 찾는 성숙됨을 가져야 한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하는 믿음을 가지고 남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기고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생은 타인의 인정이나 특별한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이번 생에서 깨우쳐야 할 수행 미션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고 영적으로 더 성숙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나 혼자로써 이미 완전하고 온전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와 질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이유가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삶은 무거운 것이 아니다는 것을 깨우칠 것이다. 산다는 것의 가벼움을 알고 사뿐사뿐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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