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_이수련 배우
이수련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번 사는 거 두근거리게 살고 싶어'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클릭을 하고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청와대를 떠난 배우로 그녀가 소개되고 있었다.
커다란 눈을 가진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그녀가 청와대 경호원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이나 인형같이 생긴 일반 여배우들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물론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개성 있는 마스크와 흡입력 있는 연기를 요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에 타고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녀 또한 그저 새로운 것을 한번 시도해 본 청와대 출신 여자 배우로 잠시 주목을 받았다가 사라질 것이다.
나는 여성 원탑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강한 여자에 대한 로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마 서먼의 '킬빌'을 재미있게 보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기도 했으며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필름이기도 하다.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나 '툼레이더' 등을 들 수 있는데 몸을 아끼지 않는 화끈한 액션과 그녀만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위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시각적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준다.
청와대 경호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배우를 선택한 그녀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더 노력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미래가 놓여 있었다. 죽기 전에 후회하기 싫었다'라고 한다. 더 달라질 것 없는 미래. 이것은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이 둘을 대학에 보내고는 바라본 미래가 이미 정해졌다는 것, 끝이 보인다는 것이 나를 답답하게 했었다.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혼까지 요구했었다. 변화가 올 때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기존의 틀을 그대로 유지 하고서는 변화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내 남은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 번뿐인 인생 단 한번이라도 가슴 뛰는 삶을 더 늦기 전에 만들어봐야겠다는 것이 신이 내게 준 생명이라는 기회에 대한 책임이자 권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만둬야 할 이유와 그만두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적어봤다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굉장히 많았는데 경호관으로 있는 것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명예도 있고 또 부모님도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배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죽기 전에 후회하기 싫다는 것이었다였다고 말한다.
지금 나는 스타벅스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민 중에 있다. 지난 목요일 정기인사에서 주무팀장 자리에 사무관 오 년 차인 나를 제치고 승진 일 년이 이제 넘은 신참 사무관이 앉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동안 공직에, 대구라는 곳에 가지고 있던 가느다란 미련이라는 끈이 툭! 하고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 물에 기름이 겉돌듯이 항상 이질감을 느껴왔던 공직이 이제 나를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구나 하고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조직을 위해서 충성을 할 필요가 있을까? 피터 드러커의 폐기경영에는 버려여야 할 대상이 많은데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자신의 강점이 발휘되지 않는 것, 경쟁에서 진 것, 성과가 나지 않는 것, 생산성이 없고 갉아먹는 것, 구성원을 무시하는 것 등이 있는데 대부분이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나는 이미 경쟁에서 진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도 귀한 한정적인 활동가능한 시간이 남아있다.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곳에 쓰기엔 아까운 황금보다 귀한 자원이다.
나에게 어떤 옵션들이 있는지 노트에 적어 보았다. 옵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정수입을 지킨 채로 선택할 수 있는 것, 고정수입을 포기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드문 가운데 고정수입을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은 타 시도나 중앙부처로 전보, 아니면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사업이든 일자리든 찾아보는 방법이 있겠다. 고정수입을 포기하게 되면 그동안 미국에 있는 미미가 말했듯이 한 일년 그녀와 미국집에서 사는 방법이 있다. 에이블이 있는 용인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독립적으로 살려고 한 나의 의지에 벗어나게 된다. 그런 와중에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는 그가 같이 앱 개발을 하자고 한다. 이수련 배우가 그랬듯이 나의 가능한 옵션들을 적어놓고 장단점을 적어보고 있다. 적는 동안에 마음이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수련 배우가 우리나라에서 여성을 원탑으로 한 액션영화에서 원빈의 '아저씨' 수준의 독보적 작품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한다. 내게 커다란 실망을 준 김혜수 주연의 '미옥'은 김혜수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를 그녀에 대한 팬심이 사그라지게 한 계기가 되었고 별로 관심이 없었던 김옥빈의 경우는 영화 '악녀'를 본 후 액션에 진심인 그녀를 재평가하게 되었고 그녀의 다음 액션 영화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2017년 이 영화를 찍고 난 이후 지금까지 그녀가 액션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지마는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여성이 당당한 사회, 강한 여성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사회를 보고 싶다. 그녀는 배우로서 나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꺾기지 않는 나의 정신을 지키고 싶다.
#가슴뛰는삶 #여성원탑액션영화 #이수련 #청와대를떠난배우 #강한여자 #의지 #인물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