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데리고 가는 여행자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길을 걷는 것이다.

1장. 떠나고 싶은 마음

나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길을 떠나고 싶어 했다. 세상 끝에는 자신이 아직 보지 못한 풍경과 아직 알지 못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첫 발을 내디디려 할 때마다, 발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피어올라 속삭였다.

“그 길은 위험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다치면 누가 너를 구해 주겠니? 그냥 여기 머물러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설렘은 두근거림으로 바뀌고, 두근거림은 금세 불안으로 바뀌었다.

2장. 그림자의 속삭임

그 목소리는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설렘을 품고 길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림자는 늘 내 안의 불안을 흔들었다.

“너는 준비가 덜 되었어. 남들은 다 웃을 거야. 차라리 여기 머무는 게 낫지 않니?”

발걸음을 옮기려 하면 그림자는 나보다 한 발 앞서 길 위에 드리워졌고, 그 속삭임은 내 심장을 조여왔다.

3장. 지우려는 몸부림

나는 그림자를 없애고 싶었다. 강물에 발을 담그며 그림자를 씻어내려 했고, 절벽 끝에 서서 그림자를 떼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싸우면 싸울수록 더 짙어졌고, 내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4장. 멈춰 선 시간

그렇게 몇 해를 보냈다. 나는 여전히 길을 떠나고 싶었지만 발검음은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돌았다. 계절은 바뀌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바뀌었지만, 나는 제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그림자의 속삭임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듯했지만, 사실은 내 삶을 멈추게 하고 있었고 두려움과 고독만 더 깊어졌다.

5장. 낯선 노인

어느 날, 길모퉁이에서 낡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을 만났다. 그는 내 주저하는 발걸음을 보고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림자는 버리려는 자에겐 짐이 되지만, 함께 가는 자에겐 벗이 되지.”
그 말은 이상하게 들렸다. 하지만 내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고 그 말을 곱씹으며 오랫동안 서 있었다.

6장. 깨달음의 밤

며칠 동안 노인의 말을 곱씹었다. '그림자가 벗이라니? 두려움이 친구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 나는 달빛 아래 서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낯선 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떨리는 내 마음이 있었다. 그림자의 속삭임은 사실 내 안의 두려움, 내 안의 목소리였다.

7장. 함께 가겠다는 결심

나는 결심했다. 그림자를 내쫓으려 하지 않기로, 그냥 함께 걷기로. 그래서 처음으로 그림자에게 말을 걸었다.

“좋아, 너와 함께 가자. 너 없이는 내가 온전한 내가 아니니까.”
그 순간에도 그림자는 여전히 두려움을 속삭였지만, 내 발걸음을 붙잡지는 않았다.

8장. 길이 열리다

신기하게도, 그림자와 싸우기를 멈추자 길은 막혀 있지 않았다. 그림자는 여전히 내 곁에 있었지만,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앞을 먼저 가며 이정표처럼 길을 알려주기도 했다.

9장. 정상에서의 만남

나는 마침내 산 정상에 올랐다. 바람은 거세고 땅은 거칠었지만, 그림자가 함께였기에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정상에서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나는 말했다.
“너를 버리려 했던 건 나의 오만이었구나. 사실 너는 늘 나를 지켜주고 있었지.”

10장. 두려움과 함께 걷는 길

나는 이제 그림자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가는 동반자다. 이제야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끌어안고도 멈추지 않고 걷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림자와 함께 또 다른 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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