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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 2002년 홍상수 감독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by Rana

한국이 배출한 걸출한 감독 중 하나인 홍상수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20년에 상영한 오! 수정은 남녀의 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적인 관념에 대하여 가볍게 그러나 가볍게 않게 그려낸 영화이다. 딱히 영화 마니아라고 할 수 없는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오! 수정을 통해서 그의 영화만의 매력을 느꼈고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상수 감독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계에 신고식을 한 1996년은 한국 영화산업에서 “코리안 뉴웨이브”가 끝나가는 시기였다. 당시에 한국 영화계에는 제1회 부산 국제영화제가 출범하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잡지인 “씨네 21”이 출간되었으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고인이 되어 버린 김기덕 감독의 악어가 세상에 나왔다. 이어서 그가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한 것이다.



그는 레퍼런스가 없는 유일한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홍상수 그가 바로 장르가 되었다. 그의 영화는 기승전결도 없고 서사도 없고 주로 카메라를 고정해서 롱테이크로 찍기를 선호한다. 이미 필름 쪽에서는 잘 쓰지 않는 줌인 앤 아웃 방식의 촬영기법을 계속해서 쓰고 있고 관객이 영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수동적으로 응시하게 끔 만든다. 그러면서 그는 일상성을 그 만의 영화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일어 남직한 누구나 경험할수 있는 일들을 영화 속에서 불필요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생활의 발견(2002년도)에서 보면 김상중이 소주집에서 옆 테이블 대화중인 남녀 커플 중 여자의 허벅지를 훔쳐보게 되고 이를 눈치챈 남자의 분노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는 주춤주춤 일어나서 여자 뒤에 있는 그림한테로 가서 여자가 아닌 그림을 봤었던 것처럼 순간을 넘어가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굳이 영화 속에 불필요할 수도 있는 이 장면을 위해서 영화 상영시간 115분 중 2-3분을 사용한 것을 보면 그만큼 일상성이라는 매체를 통한 영화 속의 이야기와 우리 삶 속의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하려는 그의 의도를 짐작 할 수 있다.




오! 수정은 남녀 간이 짝짓기(그의 영화 속에 남녀 간의 러브스토리는 없다. 오로지 섹스만 있다)에 대하여 전반부는 재훈(정보석)에게 그리고 후반부는 수정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의 차이를 보여주며 사람의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상영 내내 재훈과 수정의 욕망의 이중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가 결국의 섹스에 대한 판타지라는 허무함으로 끝나버리는 지식인의 자화상에 대하여 그리고 있다. 영화 도입부의 “온종일 기다리다”에서 재훈은 수정의 무엇을 기대하고 온종일 우이동 한적한 호텔에서 그녀를 기다렸던 걸까?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호텔에서 시작해서 호텔에서 끝난다. 그리고 그 안을 수정과의 섹스를 갈망하는 재훈, 결혼을 약속한 남자한테만 자신의 처녀성을 주기 위해 또한 그를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수정의 처녀성에 대한 줄다리기만이 가득하다. 결국은 우이동 한적한 호텔에서 수정의 처녀성을 확인(? 의심도 되지만)하게 되고 남자는 지금까지의 수정의 처녀성을 갖기 위해 적극성을 보였던 자세에서 살짝 물러나며 잘못된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라도 고치겠다고 약속한다. 반면에 수정은 독립영화감독인 문성근(영수)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차원이 다른 부자 재훈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문성근이 어느 날 촬영기사한테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보면서 재훈을 갖기로 맘을 정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처녀성을 줄 상대를 결정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제작비에 쪼들리고 있는 영수는 수정을 두고 재훈과 모종의 거래를 하나 결국 세 사람 중 진정한 승리자는 수정이다. 오! 수정이라는 영화 제목이 붙여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육체적으로는 처녀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친오빠의 자위까지 도와줄만큼 섹스에 대한 궁금중이 많은 여자 수정은 정신적으로 순결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의 남자들은 처녀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여자의 숨은 의도를, 정신적으로는 이미 처녀성을 잃어버린 수정의 실체를 파악할 수가 없다. 결국에 문성근은 영화 제작비를 받지도 못하고 단순한 섹스파트너로만 생각했던 수정을 순결하다고 믿고 결혼을 약속하는 우리 사회 상류층을 대변하는 재훈을 어리석은 지식인으로 만들어버린다. 홍상수만의 영리한 플롯의 전개가 흥미롭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25편의 영화를 제작한, 1년에 1편꼴로 부지런하게 비상업적 영화를 제작해오고 있는 홍상수는 대단한 금수저 집안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아는 지식인, 자식이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식자층에 대한 영화 속에서 사회적 비판이 자연스럽다. 최근에는 사생활로 인해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인식은 여전 같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영화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그의 25번째 새 영화 “인트로덕션”은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이 되었다. 이로써 그는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5번째로 진출하게 된다.




홍상수가 영화의 한 장르가 되어버린 영화 속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가장 잘 발휘하는, 결국 그는 그가 홍상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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