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교환학기가 끝나버렸다. 정확히 내일이면 난 LMU 교환학생 신분을 잃게 된다.
4월 말에 시작한 마지막 수업이 7월 31일에 끝나기까지, 3개월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교환학기였지만, 평생 안고 살아갈 좋은 순간, 추억을 열심히 쌓았다.
한국에서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사소한 것들 - 걸어서 오스트리아 국경 넘어보기, 카페 가서 옆 사람과 짱친되기, 옥토버페스트 가보기, 독일 대학 축제가서 사일런트 디스코 즐기기 등 - 나에게는 값진 경험들로 가득 찬 시기였다. 엄마아빠가 더이상 해줄 수 없는 여러 행정처리나 외국인으로서 살아가기, 외국어 능력 기르기, 다양한 관점과 삶의 방식과 자아를 만나고 내 그릇을 넓히기.
물론 한 학기동안 말도 안되게 큰 돈을 펑펑 써버렸지만 ^^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을 했으며,
더더욱 값진 기회를 얻어 이번에야 말로 정말 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내 교환학기에 매우 만족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내일 뒤셀도르프로 드디어 이사를 간다.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 챕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것도 가끔은 믿기지가 않는데, 이제서야 익숙해진 뮌헨을 떠나 또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일과 생활을 시작한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제는 쵸큼 커버린걸까?? 옛날에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의미부여하며 오두방정 떨곤 했는데 이제는
이사가는 것 마저 그냥.. 어 내일 이사가는 ㄴ군... 짐 싸고.. 내일 기차 타고.. 끄적끄적 이렇게 할 거를 체크하고 평소같이 할 걸 하고 유튜브를 보는 나를 발견하면 좀 신기하다.
어쩌면 유럽 와서부터는 모든 것이 다 새로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많이 무뎌진 것일 수도 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그 새로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음 좋겠다.
뒤셀은 독일 내애서 아시아인이 매우 많은 도시 중 하나이다. 한식, 일식, 중식당이 정말 많고, 특히 일본인이 많아서 매년 일본 축제? 같은 것도 있다고 한다.
기차 타고 30분 걸려서 가는 바로 옆의 쾰른에도 한국인이 정말 많이 사는 도시이다.
작은 도시 내의 좁은 한인 사회는 약간의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동시에 큰 위안이기도 하다. 낯선 타지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친구를 사귀고, 내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고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니까.
이번 주는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으로 친구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는 마무리 한 주였다. 물론 대부분의 친구들이 교환학생이었기에 각자 나라로 돌아가서 인사할 친구들이 많이 남진 않았지만...
여전히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뮌헨 생활이지만, 가끔은 영국정원을 지나고 학교 도서관에 갈 때마다, 같이 풀밭에 앉아서 과자 까놓고 수다 떨던 친구들이, 투덜거리면서도 같이 수업을 꾸역꾸역 가서 듣던 강의실이, 공강 시간에 같이 가던 내가 좋아하던 베이글 집과 커피가, 스왑핏츠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대학교 뒷골목과 너무나 예쁘게 반짝거리던 올림픽공원이, 새벽까지 놀다가 다같이 걸어서 기숙사에 돌아오던 밤길과 우리의 길을 안내하던 내 인생 가장 선명했던 북두칠성이, 그냥 심심하면 띵동띵동 놀러가던 내 옆집 친구가.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보던 야경과 같이 라들러를 담은 잔을 부딪히며 기약하던 2026년이. 그 많은 사소한 것들이 무척 그리울 거다.
좋은 시간은 쏜살같다더니 정말로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흩어지 듯 좋은 시간은 정말로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매일매일이 또 새로운 모험으로 가득찰거고, 또 오늘을 그리워할 미래도 있겠지만, 교환학기가 주는 그 행복감과 여유로움이 따로 있기에 내가 너무나도 아끼고 소중히 하던 2022년의 봄여름이 오래오래 간직될 것 같다.
내 2022년 뮌헨 생활을 함께 장식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온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너희들이 있었기에 나에게는 독일과 뮌헨이 정말 좋은 곳으로 기억될거야.